문제없다더니 '방사능' 검출된 월성원전..."심각성 알고도 축소·은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3 17:51:10
  • -
  • +
  • 인쇄
그린피스 "방사능 유출은 인재...월성원전 폐쇄해야"
차수막 하자 알고도 방치..."수명연장 심사도 형식적"
(사진=그린피스)


월성원전 부지에서 방사능 물질이 대량 검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원전을 즉각 폐쇄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 월정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차 조사결과를 은폐·축소했다"며, 당장 고농도 삼중수소 누설을 차단하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훼손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월성원전 2·3·4호기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원전 1호기 부지의 일부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세슘-137'와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검출됐다고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방사능 물질은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주변에서 채취한 토양과 물 시료에서 나왔다.

조사위는 SFB 주변 25곳에서 토양 사료(심도 9m)를 채취해 분석했고, 이 가운데 시료 14개에서 감마핵종인 세슘-137이 최대 0.37 Bq/g 검출됐다. 또 37개의 물 시료 가운데 5개에서 삼중수소가 최대 75만6000 Bq/L, 세슘-137은 최대 0.14 Bq/g이 검출됐다.

삼중수소는 전세계 원자로에서 가장 많이 방출되는 핵종 중 하나다. 독일 정부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삼중수소에 의해 원자력발전소 5km 이내에 거주하는 5세 이하 소아들의 백혈병 위험이 120% 증가했고, 배아의 고형암 위험이 60% 증가했다.

그린피스는 "월성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은 명백한 인재"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조사·연구 계획만 세우고 방사성 물질 누설을 막는 근본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원자력발전소는 소위 '멈추고, 식히고, 가두는' 사고방지 기능이 핵심이다. 하지만 월성1호기의 경우 사용후핵연료에서 방출되는 열을 냉각시키고 방사선을 차폐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SFB)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SFB에는 방사능 오염수를 외부와 차단하는 차수벽이 있다. 차수벽은 다시 차수막으로 덮여있다. 이 차수막은 에폭시 재질인데, 2009년 정기점검 당시 일부 들뜸과 탈락 현상이 발견됐던 것이다.

차수막 하자를 발견했는데도 원안위는 수명연장 심사에서 육안검사와 비파괴측정 등에 그쳐 형식적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수명연장시 최신기술을 반영해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최신기술인 스테인리스 강판 차수막이 아닌 에폭시 도장을 또다시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 한수원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조치로 진행했던 보강공사 과정에서 소구경 파일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바닥 2곳을 관통했다고 했지만, 관통 지점이 7곳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이에 월성1호기 부지는 이질암반이어서 지진발생시 균열이 더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원전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지하 오염이 확산되지 않았는지 추가적인 관측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수원이 협의없이 SFB 차수벽과 차수막을 제거해 구조물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고, 조사단에게 선명하지 않은 도면을 제공하거나 지하수 분석에 필요한 시추공 시공도 지연시켰다. 그 결과 조사단은 한수원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지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자료제출이 지연되는 상태다.

이에 그린피스는 "추가조사와 함께 즉각적인 누설 방지 대책을 세울 것과 재발방지를 위해 SFB 훼손 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인근 주민과 환경에 미친 피해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박사는 "삼중수소가 누설됐다는 사실을 밝힌지 10개월이 됐는데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방사능 물질이 누설되는지 공학적인 분석으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데도 국내 그 어떤 전문기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깨닫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월성 1호기가 극단적인 정치 이슈가 되는 동안 정작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는 너무 오랜기간 방치됐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원전 인근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20년 넘게 방치된 고농도 삼중수소 누설에 대해 책임을 물을 법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성 1호기 저장수조 누설의 즉각적인 차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정치권과 환경단체들도 이날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요구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지난 7년간 시민사회단체는 노후화된 월성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월성1호기 폐쇄와 함께, 2, 3, 4호기도 조기 폐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면서 "원전 주변 이주를 요구하고 주민 건강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그토록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20년 넘게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한수원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번 방사성 누출 조사와 함께 월성 2, 3, 4호기는 과연 안전한지 제대로 검증해야 하며,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영향 조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