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이 송유관 건드려서?...美캘리포니아 기름유출은 '예고된 재앙'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5 16:06:45
  • -
  • +
  • 인쇄
수명 15년 초과한 송유관...해상 기름띠 여의도 10배 넘어
연안 시추사업 퇴출 목소리...'서부해안해양보호법' 재조명
▲ 청정해역으로 소문난 캘리포니아 해안가 모래사장이 유출된 기름으로 뒤범벅된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상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선박의 닻이 해저 송유관을 건드리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닻이 아니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던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일어난 송유관의 소유주 앰플리파이에너지의 마틴 윌셔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선박의 닻이 송유관을 가격한 것이 기름유출의 "뚜렷한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지난 1일 밤부터 오렌지카운티 헌팅턴비치 앞바다에서 최소 12만6000갤런(약 57만6962리터)의 원유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송유관은 로스앤젤레스(LA) 남쪽의 롱비치 항구에서 연안의 석유 굴착장치 엘리(Elly)까지 약 27km에 걸쳐 이어진다. 이번 사고로 롱비치 항구에서 남동쪽으로 약 22km 떨어진 헌팅턴비치에서 라구나비치에 이르는 해상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33.7km2 규모의 기름띠가 형성됐다. 또 9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72만8434m2 면적의 '탤버트 습지'가 완전히 파괴됐다.

환경운동가들은 기름을 뒤집어 쓴 조류들은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만 가장 큰 피해는 고래와 해달 등 포유류가 입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표면에 묻은 기름은 닦아낼 수만 있다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지만 바다에 계속 머물면서 기름에 오염된 먹이를 섭취하는 포유류의 경우 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플랑크톤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생태계 전반에 큰 위기가 닥칠 전망이다.

▲물 위에 기름이 둥둥 떠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탤버트 습지


일각에서는 닻이 문제일 수 있다는 마틴의 이번 성명에 대해 "송유관 관리소홀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송유관의 설계수명은 대개 25년인데 비해 해당 송유관은 벌써 40년 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주처럼 지진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압력 게이지를 통해 송유관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면 기름이 눈에 보이기 전에 회사 차원에서 결함을 미리 발견했을 것이라며 송유관 관리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9년 산타바바라 해안 56km가 기름에 뒤덮인 사고를 계기로 환경오염 반대 시위가 일어나 '환경의 날'(4월 22일)이 제정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움직임들에 힘입어 1980년대 이래 신규 연안 시추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캘리포니아에서 연안 시추 사업을 완전히 퇴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연안 시추 사업을 영구적으로 퇴출하기 위해 관련 법안 '서부해안해양보호법'을 발의한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4일 성명을 발표해 "캘리포니아 주민 70%가 연안 시추에 반대한 바 있다"며 "이번 사고로 법안 통과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지역경제는 관광과 휴양 낚시, 상업용 어획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깨끗한 해안 관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생물다양성센터(CBD)의 해양 프로그램 담당자 사카시타 미요코는 연안 시추 플랫폼과 송유관을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석유산업 업체들은 안전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형사고발과 범칙금이 이어진다 해도 기름은 계속 새어나갈 것"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업장 폐쇄에 있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모집...기업당 4000만원 지원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오는 2월 20일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3기' 34개사

LG U+, GS건설과 태양광 PPA 계약...年 7000톤 탄소절감 기대

LG유플러스는 GS건설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사옥의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전력 소모가 큰 LG유플러

업스테이지, 포털 '다음' 인수한다...카카오와 지분 맞교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새 주인이 된다.다음 운영사인 에이엑스지(AXZ)의 모회사 카카오와 업스테이지는 29일 각각

여수,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 개최지 '확정'

전남 여수가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UNFCCC Climate Week)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아시아 지역 기후주간의 개최지로 우리

상법 개정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올 주총시즌에 확인 가능"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개정된 상법이 실제 기업 지배구조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전망

산업계 '녹색전환' 시동...민관합동 'K-GX 추진단' 출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경제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산업계의 녹색전환 방안이 논의된다.정부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후/환경

+

난립하는 美 데이터센터에...가스발전 설비 3배 늘었다

미국이 인공지능(AI)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가스발전량을 대폭 늘리면서, 전세계 신규 가스화력 발전소 건설이 사상 최대로 치솟고 있다. 이는

[팩트체크④] '초콜릿·커피' 생산량 늘어도 가격 내려가지 않는 이유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영상]주택 수십 채가 4km 절벽에 '와르르'...기후악재가 빚어낸 공포

이탈리아 시칠리아 고원지대에 있는 소도시에서 4km에 이르는 지반 붕괴로 주택들도 휩쓸려 매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칠리아 당국은 추가 붕괴 위

[주말날씨] '한파' 서서히 풀린다...1일 중부지방 '눈발'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북극에서 찬공기가 여전히 유입되고 있어 아침기온은 여전히 춥다. 다만 낮기온은 영상권에 접어들

호주, 화석연료 기업에 '부담세' 부과 검토..."기후재난 책임져야"

호주에서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에게 오염유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2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녹색전환으로 성장동력 만든다...기후부, 탈탄소 로드맵 '촘촘히'

정부가 기후위기를 성장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올 상반기 내로 재정·세제·금융 등 지원방안을 담은 '대한민국 녹색전환(K-GX) 전략을 마련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