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피하려 회사 쪼개기 '꼼수'..."5인미만 사업장도 노동법 적용해야"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4 17:06:03
  • -
  • +
  • 인쇄
5인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등 각종 법적용 제외
노동계 "노동권 보장 위해 법 사각지대 없어야" 강조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올해 5월 남동공단 유류탱크 제조업체 A사의 하청업체인 B사에서는 작업을 위해 크레인에 철판을 실어 이동하던 중 철판이 떨어져 밑에 있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A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하청업체를 설립하는 '쪼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강은미, 윤준병 등의 국회의원들이 주최하고 5인미만 차별폐기 공동행동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차별이 확산된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차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법에서 규정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에 의하면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66만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8.7%에 달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행 노동관련 법으로는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대다수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5인미만 사업장은 해고, 휴업수당, 근로시간, 연장수당, 연차 및 생리휴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관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제외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교육, 안전보건관리조직, 안전보건 관리규정에 관한 의무가 없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법적 영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차별지대에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는 행위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자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진우 사무총장은 "최근에는 중견기업과 신산업분야에서의 쪼개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동자를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아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위장하는 꼼수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업원수에 따라 근로관련법을 차등적용하다보니 노동자간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동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소규모 사업장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는 월 190만원 수준에 달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4대보험 가입률은 대기업 가입률의 57%에 불과했다. 서면 고용계약서 작성률도 대기업의 63% 수준이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임금뿐 아니라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에서조차 차별받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박선유 조직국장은 "기업규모에 따른 노동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에서 정부는 보편적인 노동권에 대해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지를 가지고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의 '5인미만 제외조항'에 대한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오민혜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에 따른 인간의 존엄성을 법률로 보장하도록 만들어진 법이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오민혜 변호사는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기 위해서는 이 기준이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 배제의 정당한 사유가 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사업장 규모의 기준은 사회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을 뿐 근로기준법 제외를 정당화할 다른 합리적 이유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이 정작 스스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조항들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