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풀무원' 지구를 생각한다고?...'올가' 친환경·저탄소 상품에 비닐·랩 '칭칭'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0 10:08:57
  • -
  • +
  • 인쇄
'나와 지구를 위한 장보기' 슬로건 무색
랩은 소각시 화학물질 방출돼 사실상 사용금지
▲풀무원 친환경 브랜드 '올가'에서 판매하는 '저탄소 참외'는 비닐과 끈으로 이중포장돼 있다. ©newstree


풀무원이 친환경·저탄소 상품을 '올가'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심각한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비닐과 랩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올가홀푸드 코너. 이곳에서는 사과, 참외, 상추 등의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친환경 휴지, 에코랩 등의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환경 브랜드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품들의 포장재는 온통 플라스틱 투성이였다. 일반 코너에서 판매하는 상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부 친환경 상품은 비닐과 랩으로 이중포장돼 있는 등 일반 상품보다 포장재 사용이 더 과도해 보였다.

과일 코너에 진열돼 있는 '저탄소 농산물' 앞에는 생산과정부터 에너지와 농자재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환경을 지킨 농산물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있었다. '100% 당도선별 성주 꿀 참외' 제품들은 저탄소 인증마크도 붙어있었다. 지구환경까지 생각했다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지구환경을 지킨다'는 이런 설명이 무색할만큼 참외 포장재는 모두 비닐이었다. 심지어 비닐 포장에 나일론 끈까지 달려있었다. 

채소 코너는 더 심했다. 무와 버섯, 양상추, 양배추 등 비닐로 싸여있지 않은 채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와 단호박은 낱개로 랩을 칭칭 감아놨다. 시중 마트에서는 껍질을 벗겨 조리하는 무나 단호박을 랩으로 싸서 판매하지 않은 것과 대조를 보였다. 

랩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보이는 생활용품 코너에서도 랩은 포장재로 사용됐다. 올가의 '휴대용 티슈 50매' 제품은 우유팩 생산 후 남은 자투리 펄프를 재활용해 만든 재생휴지로, 벌목을 최소화하고 숲을 지키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그런데 티슈의 포장재는 '비닐'이다. 그것도 8개 묶음제품을 비닐에 담아 팔고 있었다.

친환경 랩인 '슈가랩'을 판매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랩으로 칭칭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다.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만든 친환경 랩이라는 설명이 무색해 보였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유기농 씨앗발효 샴푸'도 마찬가지였다. 

▲ 친환경 랩을 판매하면서 재활용 불가능한 랩으로 싸놓은 올가의 '슈가랩' ©newstree


'올가'는 '나와 지구를 위한 ORGA 장보기'라는 슬로건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내걸고 있다. 또 올가 제품은 모두 지구를 지키는 유기농, 저탄소, 무항생제, MSC, ASC 인증을 받았으므로 많이 먹어도 지구에게 미안하지 않은 먹거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올가의 유기농, 저탄소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그만큼 많이 배출하게 되는 꼴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은 ESG 경영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는 "풀무원의 경영철학 중 하나는 나와 지구의 건강을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가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제품의 포장재 상태를 봤을 때 풀무원이 과연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일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올가에서 사용된 포장재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포장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의 랩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인한 '최악의 플라스틱'이다. 이 재질은 재활용도 안될 뿐만 아니라 불에 탈 때 염화수소가스라는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염화수소가스는 인체에 장기간 노출되면 실명하거나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각할 때도 특수공정을 거쳐야 한다.

PVC의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환경부는 2019년부터 PVC 재질의 랩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만 의약품과 햄·소시지류, 농·축산물을 판매할 때는 예외로 했다. 또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매장은 제한없이 랩을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보니 '사용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랩'은 지금도 마트의 식품포장용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올가'에서도 예외가 아닌 모습이다.

과도한 비닐 포장 사용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아직 포장재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기존 포장재를 우선 사용하고 단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며 당장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차기 대표 선정 9부 능선...'박윤영·주형철·홍원표'로 압축

KT 차기 사장 후보가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3명으로 좁혀졌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

하나금융,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차량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전기차량을 이동차량으로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이번 차량 지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장애인

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최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LS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Underwriters Laboratories Solution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기후/환경

+

"AI에게 건물 냉난방 맡겼더니...에너지 사용량 42.5% 절감"

건물의 냉난방장치 제어를 인공지능(AI)에게 맡겼더니 에너지 사용량이 42.5%나 절감됐을 뿐 아니라 실내 공기질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문현준

"곧 규모 8강진이 닥칠 수 있다"…대지진 공포에 휩싸인 일본

한밤중 규모 7.5의 강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쓰나미 경보까지 발생하자, 일본 열도는 또다시 대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7.5 강진 이후 발생한 규모 6.4

경기도, 도심 미세먼지 불법배출 사업장 16곳 적발

경기도는 도심지 미세먼지 발생사업장 33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행위 집중수사에서 16개 사업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적발했다고 9일 밝혔

英 굴 서식지 복원 나섰다...연안 생태계 회복 프로젝트

영국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굴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8일(현지시간) 환경전문매체 포지티브뉴스(Positive News)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보전단

中 신흥국 녹색공급망 노리나?...해외 그린테크에 800억불 투자

중국이 지난 1년간 해외 그린테크 프로젝트에 약 8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신흥국 녹색공급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8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

이번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합의 도출?...환경총회에서 논의 재개

3년간 논의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현재 열리고 있는 유엔환경총회(UNEA-7)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