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배출권 시장 잡아라"…탈탄소가 中企 경쟁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0 17: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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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배출권 시장 10년 내 100배 성장
"中企 탈탄소 전환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20일 ASEIC 주관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ENP 이한경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탄소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당사자인 중소기업들도 더는 '탄소중립'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 주관으로 열린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체계가 미흡한 중소기업들의 ESG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는 탄소중립 동향, 대응방안, 정책사례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임병훈 ASEIC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은 곧 인류생존 문제라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길 소망하고, 가격경쟁력보다 '친환경 경쟁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오대균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도에서 120년만에 50℃가 넘는 더위로 날던 새도 추락했다"며 "세계경제포럼(WEF)도 향후 10년 가장 큰 전지구적 위협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했고, 파리협정 이후 각국은 협상이 아닌 자발적인 목표설정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탄소중립은 국가신용도의 문제로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어 "특히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시하기 위한 MRV(측정·보고·검증)가 강조되면서 중소기업까지 투명성을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공급망 상당 부분이 중국에 쏠려있지만, 이 투명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를 우리 기업이 기회요인으로 삼아 투명성 체제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탄소중립 동향을 논의하는 첫 세션에서 김경연 에코앤파트너스 글로벌협력팀장은 "규제환경의 변화로 탄소배출량에 관세를 붙여 수출하도록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도입됐고, 투자시장은 이에 따라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대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에 탈탄소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공급망내 탄소중립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한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세계 최대 다국적 기업 400여곳을 조사한 결과 온실가스 총배출량 가운데 공급망 배출량이 73%에 달했다"며 "물류와 공급망을 아우르는 스코프3 없이 진정한 기후리더십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희원 윈클 대표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냉장고를 팔려면 냉장고 부품 제작에 드는 탄소, 해당 설비를 돌리는 데 드는 연료에서 나오는 탄소, 유럽까지 배로 싣고가는 탄소, 냉장고가 고장날 때까지 배출하는 탄소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실질적인 대응방안이 없어 소규모 개인의 기후행동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중소기업 스스로 배출권을 만들어내거나 싼 값에 사서 팔 수 있다"며, 해외 자발적 배출권 시장에 눈을 돌릴 것을 제안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1조~2조원 수준의 자발적 배출권 시장은 10년 내 100배 성장해 30년 후 최대 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호주는 현재 '토양 탄소배출권'을 시행중이다. 호주 농토를 임차하고 2년간 농토 내 흡수된 이산화탄소 데이터로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주는 독일의 세계적인 인증회사들과 손잡고 제3자 모니터링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민간 영역이지만 방법론에서 철저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렇게 탄소배출권을 활용해 탄소중립에 빠르게 대처하고, 국제 중계를 통해 배출권을 싸게 모았다가 비쌀 때 팔면서 이윤까지 창출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한경 에코엔파트너스(ENP) 대표는 "핵심은 ESG 목표를 환경팀 전담이 아닌 전사조직이 각자 목표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성과지표를 도입해 움직이도록 하고, 배출량 산정뿐 아니라 실제 감축까지 이행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각 조직의 매니지먼트 관리 툴이나 규제 관련 모니터링 체크리스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툴 등이 ASEIC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고 있고, ESG 정보공개 보고서 작성도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팀장은 "파리협정,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고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금융이 핵심수단임을 언급했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 녹색금융 수준의 3~6배 규모 확대가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유 팀장은 "IBK기업은행에서 84만5727개 중소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2%가 ESG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꼽았고, 녹색금융의 금리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응답은 63.9%에 달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탄소중립 지원정책 방향에 대한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대기업들은 ESG를 통한 안정을 도모한다면 중소기업들은 계속적인 성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노력이 더 많이 든다"며 "하지만 대부분 정책이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소기업 입장에서 지원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유인식 팀장은 "중소기업의 녹색 전환사업은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만 인정받는다"며 "중소기업이 탈탄소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없고, 인력 등의 제한사항이 있어 해당 기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전환사업은 진행기간이 길고, 중간에 투자금을 뺄 수도 없어 애초에 투자주체들이 지원을 꺼리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투자대상으로서의 평가항목과 금융지원대상으로서의 평가항목을 다르게 두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면서 "금융권에서 지원을 하려고 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나 지원자 입장에서나 서로 정보가 없어 어려움이 많으므로, 정부 산하기관이 관련 정보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정보가 집결되도록 전담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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