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도' 난리 난 이란…이례적 폭설에 휴교령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6 16:42:33
  • -
  • +
  • 인쇄
가스소비 30% 급증에 '난방대란'
석유장관 "집에서 옷 더 껴입어라"
▲15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눈이 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례적인 추위와 폭설에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이란이 난방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사는 이란 전역에 걸쳐 극심한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가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대부분의 정부기관, 대학, 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한겨울에도 좀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수도 테헤란의 평균 기온은 이날 영하 4°C를 기록했다.

이란은 폭설과 혹한에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테헤란은 주지사의 지시에 따라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관공서는 직원 절반만 출근하도록 했고, 은행과 민간 기업도 이날 정규 근무 인원의 3분의 1을 제외한 모든 근로자에게 임시 휴무를 줬다. 박물관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학교와 대학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더 큰 문제는 난방이다.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올들어 이란의 가스 소비량은 지난 2022년 겨울에 비해 30% 급증했다.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최근 몇 주 동안 전국적으로 일어난 급격한 기온 하락은 전례 없는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이란 기상청은 추위와 폭설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보해 난방 걱정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공급 중단이 지목되고 있다. 2021년 12월 이란은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과 협정을 체결해 이란을 경유하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연간 15억~20억㎥의 가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란은 이 협정으로 동북부 지방의 가스 수요를 충족시켜왔다.

하지만 투크크메니스탄 국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란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지난 14일 이란 석유부 산하 이란국영가스공사(NIGC)는 올겨울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북동쪽 호라산 라자비 지방의 5개 도시에서 가스 공급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서방의 오랜 제재로 낙후된 인프라와 기술력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이란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 특히 철, 철강, 시멘트 산업에서 높은 에너지 소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연방지질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이란은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스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 순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이란의 원전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1.73%에 불과하다. 이란은 1조2000억배럴에 달하는 역내 1위, 세계 2위의 막대한 천연가스 비축량을 두고도 인력과 기술력이 없는 데다 설비와 운송시설이 낙후돼 그저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보는 상황이다.

더는 손쓸 방법이 없자 자바드 오지(Javad Owji) 이란 석유부 장관은 이란 샤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옷을 더 따뜻하게 입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아무도 '내가 소비하는 만큼 더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재가 계속되면서 가계 부담도 커진 상황에 난방 보조금을 줄이거나 가스·전기요금을 올릴 여력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NIGC를 방문해 산업용보다 가정용 가스를 우선해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최근 제기된 가스 부족 우려와 관련해 전임 하산 로하니 행정부 시절 충분한 양의 가스를 비축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값싼 가스요금에 익숙한 테헤란의 한 학부모는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4년간 한파가 닥칠 때마다 똑같은 촌극을 봐야 한다"면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관공서와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눈이 내릴 때마다 온나라가 마비된다"며 당국에 대응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최남수의 ESG풍향계] '아리셀' 판결이 던진 과제

지난해 6월에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지난 9월 23일에 나왔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위반한 이 회사

'종이제안서' 없앤다...서울시, 지자체 최초 '온라인 평가' 도입

서울시가 제안서 평가를 통해 계약상대자를 결정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제안서 온라인 평가제도'를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이번 제도는 전국 지

경기지역 수출 중소기업 "탄소배출량 산정·검증 어려워"

여전히 많은 수출기업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량 산정·검증 절차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회적 가치 1015억 창출

경기도가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이 지난해 총 1015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내 지방정부가 특정 정책사업의 환경적·경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기후/환경

+

'2035 NDC' 53~61% 감축안 탄녹위 통과...국무회의 의결만 남았다

2035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2035 NDC)이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안으로 굳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전

[COP30] 개방형 '배출권거래제' 논의...브라질-EU-中 등 연합체 결성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준이 전세계적으로 통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앞서 브

10년간 기후난민 2.5억명...절반이 올해 기후재난으로 발생

올해 전세계적으로 1억17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전세계 기후난민 2억5000만명의 절반에 달한다.기후난민

ICJ “기후방치는 인권침해”… COP30 협상 지형 흔든 판결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국가의 기후변화 방치를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는 자문 의견을 내놓으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에 새

'종이제안서' 없앤다...서울시, 지자체 최초 '온라인 평가' 도입

서울시가 제안서 평가를 통해 계약상대자를 결정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제안서 온라인 평가제도'를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이번 제도는 전국 지

나흘만에 또 '괴물 태풍'...필리핀 230㎞ 슈퍼태풍에 '초토화'

태풍 '갈매기'에 이어 최대 풍속 230㎞/h에 달하는 슈퍼 태풍 '풍웡'이 필리핀을 또 강타했다. 풍웡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봉황(鳳凰)을 뜻하는 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