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새 장내 독성미생물 급증..."미세플라스틱 먹기때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8 17:14:51
  • -
  • +
  • 인쇄
면역력 낮추고 독소 방출하는 미생물 늘어
바닷새 유행병 늘면서 인간 종간감염 우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바닷새의 장내 유해미생물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울름대학교 글로리아 파켈만 박사후 연구원 주도 연구팀이 캐나다와 포르투갈의 바닷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닷새 장속에 항생물질의 내성을 가진 미생물과 플라스틱을 분해하면서 독소를 방출하는 미생물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바다에는 직경 5mm 이하의 입자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230만톤가량 떠다닌다. 먹이활동을 비롯해 해수면 위에서 오랜시간을 보내는 바닷새들은 이렇게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다보니 미세플라스틱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캐나다 키키커화크 지역의 이누이트족 사냥꾼들에게 기증받은 북방풀마갈매기 27마리, 포르투갈 아소르스 제도에서 빌딩에 부딪혀 죽은 코리슴새 58마리의 사체에서 소화액이 분비되는 '전위'와 대변을 배출하는 '배설강'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시료가 채취된 북방풀머갈매기(연보라)와 코리슴새(연두색)의 활동반경 (자료=네이처 생태와 진화)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섭취한 바닷새일수록 장내 미생물이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장내에 미생물이 다양하면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다양해질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된 바닷새의 내장에는 항생 물질에 내성을 가진 미생물이 늘어나 바닷새가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 산성을 띤 소화기관 속에서 플라스틱을 변형시키고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미생물도 나타났다. 플라스틱 제조시 쓰이는 화학성분 1만여 가지에 달한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화학성분이 새어나오게 되는데, 대부분 생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이다.

지난 1일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바닷새의 소화기관에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미세플라스틱의 '물리적 피해'를 입증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바닷새에 미치는 '화학적 피해'가 입증된 것이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피해에 대한 연구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된 적은 있지만, 실제 생태 환경의 사례를 가지고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경우 바닷새에 비해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환경에 있어 바닷새만큼의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다만 인간에게도 충분히 부수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닷새들이 점차 질병에 취약해지면서 새로운 유행병이 돌게 되면 언제 사람에게 종간 감염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의 플라스틱 생물학자 마틴 바그너 연구원 "자연 생태계를 방해할수록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인 동물원성 감염증이 발생할 확률이 늘어난다" 우려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2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두나무 인수한 네이버...AI와 블록체인 앞세워 '글로벌 금융' 노린다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가 네이버 품에 안기면서 20조원 규모의 금융플랫폼이 탄생했다. 26일 네이버와 두나무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

'비상경영' 롯데 인적쇄신...부회장 전원 용퇴에 CEO 20명 '물갈이'

롯데그룹이 부회장단 전원 교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롯데그룹은 2026년 임원인사에서 9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석화공장 합친다...울산과 여수도 통폐합 속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이 합쳐진다.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첫번째 구조조정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우리銀, 사회적경제기업 10곳 선정…최대 2000만원 지원

우리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임팩트 챌린지' 공모를 시작했다.우리은행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2025년 우

위생행주·인조잔디까지...CJ제일제당, PHA 적용제품 확대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CJ제일제당은 PHA를 적용한 '빨아쓰는 생분해 위생행주', '생분

기후/환경

+

플라스틱 문제 일으키는 '조화'...인천가족공원서 반입 금지될듯

인천가족공원에 플라스틱 조화(造花) 반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26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산업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인천시

'2.5°C' 상승한 우즈베키스탄…극심한 가뭄에 이미 위기상태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2.5°C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물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태평양 참치에서 검출된 '수은' 오염경로 추적해봤더니...

참치 등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해양어류 몸속에 수은이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 경로가 밝혀졌다.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연구팀과 한국

알프스·안데스·히말라야가 위험하다...기후변화로 곳곳이 '흔들'

험준한 산악지대로 유명한 히말라야를 비롯해 알프스, 안데스산맥이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온과 강수패턴 변화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다. 25일(현지시

폭염에 열받은 젖소들...우유 생산량 줄고 있다

젖소들이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낙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25일(현지시간) 푸드앤와인(Food & Wi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