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는 바닷새...잦은 염증에 소화기관 딱딱해졌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6 15:09:13
  • -
  • +
  • 인쇄
감염·기생충에 취약...비타민 흡수도 악영향
사람도 매주 5g 섭취 "영향 배제할 수 없다"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해 내부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위장이 섬유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유해물질저널)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장기간 섭취했을 때 소화기관이 딱딱하게 굳어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알렉스 본드 박사 연구팀은 호주 로드하우섬의 바닷새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 섭취로 소화기관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런 염증으로 인해 조직이 변형돼 바닷새의 성장과 소화,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붉은발슴새는 호주 해안에서 동쪽으로 600km가량 떨어진 로드하우섬에 서식한다. 붉은발슴새를 10여년간 조사해온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바다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는 것에 착안해 플라스틱의 양과 위장 조직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장에 더 많은 흉터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먹이를 받아먹은 새끼들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상 후 생기는 일시적인 흉터 조직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과도한 양의 흉터 조직이 형성돼 조직의 유연성이 감소하고 구조가 변경되는 섬유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플라스틱이 유발한 이같은 질환은 붉은발슴새 위장 내부에 있는 관 모양의 분비선을 점진적으로 파괴했다. 분비선을 잃게 되면 새들은 감염과 기생충에 더 취약해진다. 또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흡수하는 능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건강한 위장 흉터조직이 지속적인 플라스틱의 영향으로 섬유화되는 과정 (자료=유해물질저널)


연구팀은 또 부석이나 모래 등 바닷새들의 위장 속에서 발견되는 천연물들의 경우 섬유화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질환이 오로지 플라스틱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임으로 결론짓고, 이를 '플라스틱증'(Plasticosis·플라스티코시스)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는 야생 유기체에서 플라스틱으로 유발된 섬유증을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다. 따라서 '플라스틱증'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는 붉은발슴새 하나다. 하지만 다른 야생동물이나 사람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세계 해양 플라스틱 조각은 15조~51조개로 추정된다"며 "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감지와 수집의 한계로 인해 현재 플라스틱 추정치는 크게 과소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럿거스대학교 필립 데모크리투 박사는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인류가 음식·음료 섭취와 오염된 공기 흡입으로 1인당 일주일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조류 전시 책임자인 본드 박사는 "바닷새들이 겉보기에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이제 막 논문으로 만들어지고 이해되기 시작한 분야지만, 플라스틱 섭취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다른 종들도 이 질병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당 연구논문의 최종본은 지난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