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과 충돌해 죽는 고래가 수만마리...해결책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0 18: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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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구역에서도 선박 추돌 사고
열 카메라로 감지 등 보호책 모색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에서 척추가 꺾인 채 헤엄치는 혹등고래가 포착된 일이 있었다. 문(Moon)이라고 불리는 이 암컷 혹등고래는 지난해 9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북해안의 핀 섬(Fin Island) 고래연구소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 등지느러미부터 꼬리까지 몸 전체가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꼬리 지느러미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고래는 선박과 충돌하면서 척추를 다쳤고, 이 상태로 4300km 떨어진 하와이까지 헤엄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해마다 수많은 고래들이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야생동물연합(Wildlife Federation)의 션 브릴란트(Sean Brillant)는 "매년 선박 사고를 당하는 고래 개체수가 수천에서 수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칠레의 대왕고래부터 지중해의 향유고래까지 전세계 고래들이 선박 사고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래들의 선박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해양교통의 발달로 전세계 선박의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에서 2012년 사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선박의 수는 4배나 증가했다. 

현재까지 나온 해결책 가운데 가장 좋은 방안은 선박의 항로를 고래서식지에서 멀리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선박의 속도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마저도 지역마다 규정이 제각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연합(UN) '글로벌 해양조약'이 체결되는 등 고래를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래의 선박 충돌을 줄이려면 기술력과 더불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타바바라 해안은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분주한 선박들과 멸종위기에 처한 대왕고래, 큰고래, 혹등고래의 이동이 가장 많이 겹치는 지점이다. 특히 2018년, 2019년, 2021년 이 지역에서 선박과 고래가 충돌하는 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대학의 캘리 스테펜(Callie Steffen)의 연구팀은 선박 승무원들이 고래의 정보를 잘 알고 있다면 속도 규정에 보다 신경쓸 것이라는 생각에 2020년 '고래안전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위성정보, 고래 관찰정보 그리고 수중 고래의 울음소리를 포착하는 음향부표의 데이터를 결합해 고래 출몰등급을 계산해 입항하는 선박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결과 선박의 속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46%의 배들이 지침을 따랐고 2022년에는 그 수가 61.5%로 늘어났다.

다만 모든 선박이 속도 규정을 준수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래 보호용 속도제한은 10노트 내지는 18.5km/h로, 여러 연구 근거에 따르면 고래가 충돌했을 때 사망할 확률을 약 50% 낮춘다. 브릴란트는 "10노트 속도로 고래를 죽일 수 있는 소형 선박이 50%, 대형 선박이 무려 80%"라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산타바바라 해안에 있는 대형 선박의 95%가 속도를 10노트로 낮춰도 고래 사망률을 기껏해야 30%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안전속도란 없는 셈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매사추세츠주 우즈홀해양학연구소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고래 경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열 카메라에 연결된 소프트웨어로 고래 숨구멍을 통해 내뿜는 뜨거운 공기를 감지해, 추돌 위험이 있을 때 선박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경보를 활용할 때 "반응에 필요한 시간이 더 적고 빠른 기동이 가능한 소형 선박은 추돌 사고를 피할 가능성이 99%"라고 내다봤다.

반면 고속 컨테이너선은 빠른 대응이 힘들어 경고가 보다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카메라가 원거리에서도 고래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지가 까다로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현재 경보시스템의 신뢰할 수 있는 감지 범위가 2~3km 사이이나 현장에서는 약 4km까지 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2~3년 안에 보완가능하며, 보완될 경우 컨테이너선이 제시간에 고래를 발견할 확률은 약 80%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때 배의 속도를 10노트로 낮추면 방향을 틀어 고래를 피할 확률도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즉 속도 제한과 탐지기술을 함께 사용하면 고래의 사고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르카AI(OrcaAI)'도 최근 자사에서 개발한 지능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고래 감지 기능을 추가했다. 다만 해당 기능은 고래의 꼬리를 감지하는 방식이어서 고래가 해수면에서 잠수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감지가 힘들 것으로 지적됐다.

탐지기술이 실제 대형선박과 고래간 추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신뢰도 확실하지 않으며, 탐지기술이 속도제한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기술의 신뢰성이 보장돼도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이익이 따라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열 카메라만 해도 최소 비용이 25만~3만달러다. 현재 자율주행 선박이 부상하면서 고래 추돌사고를 방지하고자 기술 수요가 오를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사람없는 선박에 기술을 탑재, 운용하는 일이 최대 난관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를 실현하려면 규제기관의 강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속도제한, 선박 제한구역 또는 감지 시스템 등의 규제 도입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 규모 및 효과적인 해결방안의 모색은 선장들이 고래 추돌 사고를 지속적으로 보고하는데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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