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가뭄끝 물폭탄에 '대홍수'...한반도 남쪽도 징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3 18:14:42
  • -
  • +
  • 인쇄
가뭄에 굳은 토양 폭우 스며들지 못해 홍수피해
오랜가뭄 시달렸던 남부지역 올여름 폭우 예보
▲에밀리아-로마냐주 라벤나시의 마을 루고가 홍수에 잠긴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수량은 증가하는데 강수일수는 줄어드는 '물폭탄'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면서 폭우에 대한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17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6개월치 강우가 단 36시간만에 쏟아졌다. 이 때문에 1만여명이 대피했고, 현재까지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폭우로 23개 강의 제방이 속절없이 무너져 41개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산사태는 무려 250건에 달했다. 폭우로 훼손돼 복구해야 할 도로가 수백개에 이르렀다. 도시 기능 전체가 완전히 마비된 상황이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지목된다.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NRC) 소속 기후연구원 안토넬로 파시니는 "기후변화로 빗물의 양은 매년 늘고 있지만, 비가 오는 강수 기간은 줄어들고 있어 예년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폭우 피해가 특히 심했던 건 2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이다. 에밀리아-로마냐주 지역의 토양은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이런 상태에서 한꺼번에 비가 쏟아지다보니 빗물이 땅속으로 제때 스며들지 못해 넘쳐버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대홍수가 발생했다.

비가 땅으로 스며들지 못했으니 가뭄도 해갈되지 못했다. 파시니 연구원은 "이탈리아 북부의 가뭄은 강우량보다도 알프스 산맥의 겨울 강설량이 관건"이라며 "겨우내 호수나 강에 쌓인 눈이 녹아 수위가 유지되는 것인데 지난 2년간 강설량은 매우 적었고, 폭우로 내린 비도 땅이 머금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로 쓸려 내려가버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극과극' 기후재해는 비단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지난 3월 중순 40년만의 가뭄 이후 내린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22명이 숨지고 25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홍수로 범람한 소말리아 샤벨레강은 인근 도시 벨레드웨인을 덮쳤다. 집과 작물, 가축을 휩쓸고 지나간 홍수로 벨레드웨인의 학교와 병원이 폐쇄됐다. 이같은 홍수에도 그간 이어진 가뭄 피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더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고 OCHA는 전했다.

이 때문에 재해가 발생한 뒤 재건에 목을 매는 것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195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5~20년에 1번꼴로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빈도가 훨씬 잦아지고 있어, 각국이 이를 기정 사실로 놓고 온실가스 저감과 동시에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로 나타날 피해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23일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훨씬 덥고 엘니뇨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오는 7월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 등은 평년보다 비가 많이 올 확률이 50%로 나왔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10% 더 높은 확률이다. 8월에는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한마디로 게릴라성 호우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한 2020년 8월 영산강·섬진강 유역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 등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광주시에 하천설계기준에 미달하는 제방 구간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집중호우 및 홍수 때 (기준 미달 제방의) 취약한 상태가 노출돼 수해 발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향후 기후변화는 강수 변동성을 높여 물 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제방 및 하도 정비가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 양구군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막고자 오는 10월까지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구군 관계자는 "최근 기후변화로 산사태 피해 시기와 지역 등의 예측이 어려운 만큼 우려 지역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점검·관리 강화로 위험지대를 해소해 주민 생명과 재산 피해를 막고자 힘쓰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제거에 흙까지 이용하는 MS...12년간 285만톤 제거 계획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토양을 이용한 탄소제거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SG;스코어] 'CBAM 대응체계' 가장 꼼꼼한 철강업체는 어디?

올해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6개 수입품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철강사

"화석연료 손뗀다더니"...게이츠재단, 석유·가스社 지분 야금야금 늘려

빌 게이츠가 "화석연료 기업에서 손을 뗐다"고 공개 선언한지 5년이 지났지만, 게이츠재단은 여전히 석유·가스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

구글 '2030 넷제로' 이상무?…美서 청정에너지 1.2GW 확보

구글이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1.2기가와트(GW)를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203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산업부 '탄소중립 프로젝트' 경매제 도입...기업별 50억 지원

산업통상부가 오는 21일부터 2월 25일까지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이 사업은 정부 지원 예산 대비

"탄소감축 사업 대출이자 지원"...기후부, 올해 3조원 푼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해 신규대출을 받는 기업에게 올해 3조원 규모의 대출이자를 지원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기후/환경

+

달라지는 남극 날씨에...펭귄, 번식기가 빨라졌다

남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펭귄들이 새끼를 빨리 낳고 있다.20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옥스퍼드 브룩스대학 연구팀은 2012년~2022년까지 남극

물이 고갈되는 지역 늘고 있다..."경제·금융리스크로 번질 것”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물 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금융 전반을 흔드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유엔대학 수자원·

[날씨] 내일 더 춥다...영하 20℃ 한파에 폭설까지

대한(大寒)을 맞아 찾아온 강추위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현재 베링해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북동쪽 대기 상층에 자리한 고기압과 저기

해양온난화로 대형 해조류 매년 13.4% 늘었다

해양 온난화와 인간 활동으로 전 세계 바다에서 해조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상태

[날씨] 냉동고에 갇힌 한반도...칼바람 점점 심해진다

소한(小寒)에 한파가 덮치더니, 대한(大寒)에는 더 강한 한파가 몰려왔다.20일 우리나라 주변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한 '서고동저' 기압

[팩트체크②] 커피·카카오·올리브 가격인상...기후변화 탓일까?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