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폭염 지속되면...열대우림 나뭇잎 '광합성 기능 못한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4 14:44:44
  • -
  • +
  • 인쇄
열대우림 나뭇잎 계란 익듯이 '변성' 일어나
46.7℃ 한계치...극한폭염 무더기 소실 우려

지구온난화로 열대우림 기온이 급등하면서 나뭇잎의 광합성 기능이 고장나버릴 지경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학교 크리스토퍼 도우티 환경정보과학과 조교수 연구팀은 기온이 46.7℃에 이르면 열대 수종들의 광합성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미 전세계 열대우림의 나뭇잎 가운데 0.01%가량이 과열로 광합성 기능을 잃고 있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재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열화상 기기들의 정보와 열대우림 내 지정된 관측장소의 나무들에 올라 나뭇잎에 센서를 설치해 교차검증하는 방식으로 기온상승에 따른 광합성 기능을 측정하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나뭇잎 속에서 광합성을 촉진하는 효소는 46.7℃ 부근부터 계란 단백질이 하얗게 익는 것과 같은 '변성'을 겪었다. 열대우림의 임관(숲의 우거진 윗부분) 평균기온은 34℃로 나타났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4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열대우림 지역에서 변성을 겪어 광합성 기능을 상실한 나뭇잎은 전체의 0.01%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움직이는 기체 분자와 달리 나뭇잎은 수액을 머금고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가열되는 정도가 더 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열대우림 기온이 2~4℃ 올랐을 때 나뭇잎의 온도가 8℃까지 오르는 경우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4℃ 오르면 변성을 겪는 나뭇잎의 비중도 1.4%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수치가 그리 높아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평균기온으로 따져봤을 때의 이야기이고, 실제 여파는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온이 오를수록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함께 급증하기 때문에 한번의 극한폭염으로 일대 나뭇잎이 무더기로 소실되는 대규모 '생태 정전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생태 정전사태로 나뭇잎의 광합성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나무들의 탄소흡수량도 줄어들고, 환경 변화에 더욱 취약해져 열대우림이 사바나로 변모해버릴 수 있다. 이는 온난화를 가속하며 열대우림에 의존하던 동물들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타격을 입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원격탐사과 맷 디즈니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광합성에 대한 영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고, 열대우림의 탄소흡수량, 치사율 등에도 영향을 미쳐 열대우림이 사바나로 변모해버리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오리건주립대학교 크리스토퍼 스틸 산림생태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에서 드러난 백분율 비중 수치보다는 실제 개별 나뭇잎들의 온도가 어디까지 도달하고 있는지, 이같은 나뭇잎 고온 현상이 얼마나 자주 발생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 등에 대해 집중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