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알고도 은폐"...美캘리포니아주 석유기업 상대로 '기후소송'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8 14:37:03
  • -
  • +
  • 인쇄
▲롭 본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거대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엑손모빌(ExxonMobil), 쉘(Shell), 비피(BP plc), 셰브론(Chevron),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축소해 대중들을 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석유협회(API)도 피고로 지목됐다. 

고소장에는 이 기업들이 공적 불법방해, 천연자원 침탈, 허위·과장광고 및 제조산업 법령 위반 등을 저질렀다고 명시돼 있다. 또 소장에 따르면 석유기업 소속 과학자들은 1950년대 초부터 화석연료 연소가 기후에 미치는 재앙적 영향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지연됐고 캘리포니아에 가뭄, 대형 산불 등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후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주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은 지난주 주의회가 주요 기업들이 제품 공급 및 사용과 관련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롭 본타(Rob Bonta)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1950년부터 에너지 대기업들은 화석연료가 지구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며 "캘리포니아 주민이 아니라 이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번 소송의 골자는 석유업계와 이익단체가 기후변화에 대한 비용을 저감기금(abatement fund) 형태로 마련하고 석유업계가 더이상 오염물을 배출시키지 않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실제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미국 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면적 중 37%가 화석연료 및 시멘트 생산과 관련된 탄소배출이 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UCS의 ESG 캠페인 담당자 캐시 멀비(Kathy Mulvey)는 "이제 이 기업들은 그린워싱과 허위정보 캠페인을 중단하고 기후위기가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입힌 피해를 보상할 때다"고 말했다.

반면 소송을 당한 기업·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기후변화 정책은 주법원이 아닌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API는 "이번 소송은 미국의 기반 산업과 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무가치한 정치소송에 불과하다"며 "석유업계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배출량과 환경 발자국을 크게 줄여 왔다"고 반박했다. 또 API는 "기후정책은 의회가 토론하고 결정할 문제이지 법원에서 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쉘도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가 지금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법정은 이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며 "정부와 의회의  현명한 정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석유 및 가스 개발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주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현재 기후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뉴욕주 등 7개 주와 마우이시 등 지차체 수십곳이 석유회사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관련 소송건수는 2017년부터 2023년 여름까지 5년동안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밀라노-비코카대학(University of Milano-Bicocca)의 마르코 그라소(Marco Grasso) 정치지리학 교수는 "다른 단체들도 이미 같은 이유로 화석연료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캘리포니아의 기후위기에 대한 역할, 지위, 취약성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은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