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주가에도 악재...신종 재무리스크로 급부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3 11:43:50
  • -
  • +
  • 인쇄
물리적·전환 리스크 이은 '기후소송 리스크'
기업가치 0.41% 하락...총수익 5% 소송비용


기후위기가 기업에 대한 소송 리스크로 번지면서 주가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기후소송이 환경오염 유발 기업들에 끼칠 재무적인 영향을 평가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그랜텀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의 논문 일부를 미리 발췌해 공개했다. 동료평가중인 이 논문은 23일(현지시간) 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LSE 연구팀은 2005~2021년 유럽과 미국 9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108개 기후소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송이 제기될 때나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주가를 포함한 기업의 전반적인 기대가치는 평균적으로 0.41%씩 감소했다.

셸, BP, 셰브론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화석연료, 에너지, 원자재 기업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 하락폭은 0.57%로 기후소송의 악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기업들이 패소했을 때만 놓고 보면 기업가치가 1.5% 하락했다.

기후소송으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지면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LSE 사토 미사토 박사는 "시장이 기후소송에 반응한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실제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해 주요 탄소배출 기업들은 규제로 인한 전환리스크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리적리스크에 더해 기후소송 리스크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기후소송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럽 최대 정유사 셸이 지난 2019년 제소됐을 때 기업가치가 1.9% 상승했지만, 2년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 이후 3.8% 하락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금융시장이 갈수록 기후소송에 반응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의 민감도에 더해 기후소송의 빈도 또한 늘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조만간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국제적인 기업 공시의무가 더 엄격해지고, 그린워싱에 대한 단속이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에 추가적인 재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기후소송 비용으로 기업 총수익의 5%가 빠질 수 있다는 예측치까지 나온다.

국내 기업도 멀리서 관망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SK E&S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3개 공적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호주에서 추진했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원주민이 인허가 절차상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추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3월 개정된 호주 연방법에 의해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탄소배출 저감에 9억8750만호주달러(약 8760억원)의 추가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한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금 회수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사업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유효기간은 오는 5월말 만료 예정으로 이에 대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김소민 연구원은 "호주 내 가스전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은 바로사 가스전은 이번 호주 정부의 감축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공적금융기관은 바뀐 여건을 고려해서 지금이라도 승인을 취소하고 금융지원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2040년 '플라스틱 오염' 2배 증가...그런데 97% 줄이는게 가능하다고?

반환·재사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2040년까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사립재단 '퓨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