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개최국 UAE, 자국 석유기업 홍보하려다 '들통'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8 11: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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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전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석유·가스 기업들을 홍보할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최근 기후보고센터(Centre for Climate Reporting, CCR)에 따르면, COP28 의장인 알 자베르(Al Jaber)와 27개국 정상간의 사전 양자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문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문건에는 기후위기에 관한 내용 외에도 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드녹(Adnoc)과 알 자베르 소유의 재생에너지 회사인 마스다르(Masdar)에 대한 각종 요청사항 및 홍보자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아드녹은 해당 국가와 협력해 석유 및 가스 자원을 추출하기를 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례로 중국에게는 '아드녹은 (중국과) 모잠비크, 캐나다, 호주 등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제안 사항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문건에는 영국과 미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20개국과 마스다르간에 거래와 관련된 논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알 자베르가 더전 해상풍력 단지에 대한 해저권을 0.4기가와트(GW)에서 1GW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해 영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다거나, 마스다르 배터리의 그리드 연결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현재 마스다르는 더전 풍력단지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 UAE와 COP28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기후전문가들은 "국영석유회사 CEO가 COP28 회의 의장을 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COP28 회의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번에 사전회담 문건이 폭로되면서 아드녹과 UAE에 관한 우려가 기정사실이 되는 모양새다. 아드녹은 20년전 부분적 탄소중립을 약속했지만 현재에도 "유전 및 가스전에서 상당량의 메탄 및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UAE는 10년동안 메탄 배출량을 국제연합(UN)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최근까지도 아드녹과 COP28 관련 국가문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발각된 것이다.

이에 UN을 비롯한 많은 환경·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유엔 기후사무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COP 의장의 기본원칙은 공정성의 의무"라며 "건전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판단에 따라 이기심, 선호 또는 특혜없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고문을 역임한 톰 리벳-카낙(Tom Rivett-Carnac)은 "국가적, 상업적 이익을 위해 COP회의를 이용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며 "COP 의장의 권위는 공익을 우선시하는데서 나오며, 의장이 실제로 사익을 추구한다면 신뢰는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님 에솝(Tasneem Essop)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이사는 "COP28 의장은 청렴이라는 큰 책임이 있다"며 "특히 이들의 이해관계가 기후위기 해결과 근본적으로 상충할 경우 큰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Greenpeace International) 카이사 코소넨(Kaisa Kosonen) 기후전문가는 "이번 문건은 그동안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라며 "의장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를 위한 회의를 주도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알 자베르가 아드녹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 문건에 관해 COP28 대변인은 "언급된 문서는 부정확하고 회의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면서도 "비공개 회의는 사적인 것이므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어느 부분이 부정확한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드녹은 언론의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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