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기에서 발생한 한밤 화재...젊은 소방관 두 목숨 앗아갔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1 16: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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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불은 전날 밤부터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화재 현장에서 젊은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에 있는 한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경. 문경소방서는 신고를 받은지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소방관들은 건물에 사람이 갇혀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4인 1조로 화염이 휩싸인 건물 내부를 돌며 수색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 3층에서 사람을 수색하던 도중 김수광 소방교(27)와 박수훈 소방사(35)가 갑자기 커진 불길에 휩싸였다. 오후 8시 24분경 두 사람은 공장 건물 내부에 고립됐고, 이후 무선교신이 끊어졌다. 설상가상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오후 8시 25분경 발령했던 대응 1단계를 오후 8시 49분경 비상 대응 2단계를 격상하고, 주변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를, 2단계는 시·도 소방본부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의 소방력을 동원해야 수습가능할 때 발령된다. 대응 2단계 발령시 사고 발생 지역 인근 8∼11개 소방서에서 장비가 총동원되고 관할 소방서에서는 당직이 아닌 소방관들까지 동원된다.

소방당국은 건물 2~3층에 대원들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화재 진압과 함께 구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은 결국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1일 오전 1시 1분경, 오전 4시 14분경 시차를 두고 이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발견 당시 두 구조대원은 서로 5∼7m 거리에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시신 위에는 구조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들은 불길이 급격히 확산하자 계단을 통해 대피하려다가, 3층 계단실 입구에서 끝내 내려오지 못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측했다. 3층 계단실 주변 바닥이 2층까지 무너진 점 등을 보아 이들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추정됐다. 실제 수색 과정에서도 건물 일부가 한 차례 붕괴하는 탓에 대원들이 긴급 탈출 후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에야 재진입할 수 있었다.

먼저 수습된 시신이 김수광 소방교로 추정되나, 두 사람 모두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DNA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함께 3층에 투입됐던 다른 두 구조대원은 건물 1층에서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이들 역시 고온 및 연기로 인한 열기로 탈출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는 침묵 속에 차려졌다. 아직 이름만 적힌 빈소에는 소방관들과 경북도청, 경찰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은 소방관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동료 소방관들에 따르면 이들은 누구보다도 책임감 넘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모두 미혼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평소 밝고 유쾌했던 박 소방사는 평소에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조직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2021년 8월 그토록 바라던 소방 공무원에 최종 합격해 이듬해 구조 분야에 임용됐다.

6년차 소방관인 김 소방교는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담았고 지난해에는 무척 어렵다고 알려진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비번인 날엔 서울 맛집도 다니며 짧은 인생을 누렸다.

이들이 소속된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장은 "설날에 함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려고 계획도 세워놨었다"며 비통해했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화재를 진압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고 시범도 잘 보이는 훌륭한 이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장례는 이르면 이날 오후 3시 소방청 주관 아래 치러진다. 소방관들의 시신은 병원에 있으며 별도의 부검없이 이곳 장례식장에 안치된다. 경북도소방본부는 구미·상주소방서와 경북도청 동락관, 문경소방서 등 4곳에 분향소도 운영한다.

한편 화재가 난 공장은 연면적 4319㎡에 지상 4층 높이의 철골구조 건물로 2020년 5월 사용허가를 받았다.

경북도소방본부는 화재 현장에 장비 47대와 331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큰 불길은 이날 0시 20분께 잡혔으며 건물 1개 동이 모두 탔다. 또 화재로 철골이 휘며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당시 공장 관계자 5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1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재 원인은 건물 3층에 있던 튀김기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감식을 통해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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