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온실효과 1만배' HFC가스소화기...'청정소화기'로 버젓이 판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3 08:30:02
  • -
  • +
  • 인쇄
표시광고법과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
HFC소화기 국제규제로 생산감축 대상
▲6대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HFC계 소화기들이 '친환경' 또는 '청정' 소화기로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약제 설명에 기재된 HFC-236fa 성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 대비 6300배 높다.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최대 1만배가 넘는 수소불화탄소(HFC)를 소화약제로 사용하는 소화기가 '청정소화기'로 둔갑해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23일 한국소방공사 등 국내 온라인 소방용품 전문쇼핑몰에서 '청정소화기'로 판매되고 있는 HFC계열 소화기들은 20여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HFC 성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1300배~1만4000배 높은 6대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소화기는 크게 액상형, 분말형, 가스형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스형 소화기는 잔재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이점 때문에 데이터센터나 박물관 등에 주로 비치하고 있다. 또 오존층을 파괴하는 일부 할로겐화합물 가스를 대체했다는 이유로 '청정소화약제', '청정소화설비'로 표기돼 판매돼 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국회의원이 '청정소화기' 명칭이 환경이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 2018년 6월 소방청이 고시를 개정하면서 '청정소화기'의 공식 명칭은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설비'로 변경됐다. 하지만 온라인몰에서는 여전히 청정소화기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 고시 개정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정소화기' 명칭 사용금지 이후에도 해당 문구로 제품이 판매되는 상황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제조업체·판매처 및 인터넷쇼핑 사이트 등의 '청정(친환경)' 용어 사용은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 등에 위배된다"며 "향후 '청정' 용어 표기를 금지하도록 지속적인 안내·홍보 및 관계법령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조치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불활성기체의 일종인 HCFC-123은 고농도 상태로 흡입하면 산소결핍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서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HFC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HFC를 '기후파괴 화학물질'로 규정하고, 2024~2028년 HFC를 40%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국제환경규제에 따라 HFC 생산과 소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HFC 소화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수년간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화재진압시 잔재물을 남기지 않는 불활성기체를 쓰는 '캐비넷형 자동소화장치'가 덩달아 많이 판매된 것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360건에 불과했던 캐비넷형 자동소화장치 검사건수는 2022년 2282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HFC-125와 HFC-23 성분을 사용하는 소화장치의 비중이 각각 40%, 30%에 달했다. 이 성분들의 온난화계수는 이산화탄소보다 각각 2800배, 1만1700배 높다.

올해부터 국제환경규제인 '키갈리개정서'가 발효되면서 우리나라도 HFC 생산·소비량을 동결하고, 2029년까지 10%, 2045년까지 80%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캐비넷형 자동소화장치 검사건수는 1595건으로 전년보다는 줄어든 모양새다.

신규 검사건수는 줄었지만, 현재로선 HFC계열 소화약제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오존층 파괴나 온난화를 유발하지 않아 유력한 대체물질로 떠오르던 '플루오르화 케톤'(FK-5-1-12)도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로 밝혀지면서 제조사인 3M이 2025년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소방과학기술원 한 관계자는 "인도나 중국 등지에서 PFOA나 PFOS 등 기존 과불화화합물의 성분조직을 바꿔 환경영향을 없앤 대체물질을 개발해 판매중"이라며 "그러나 단가가 매우 높은 편이어서 수급량을 늘리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