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닥치는 서아프리카 극한폭염...원인은 '기후위기'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2 18:59:18
  • -
  • +
  • 인쇄

올 2월 서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온도가 4℃ 오르고 폭염 빈도는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 WWA)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번 서아프리카 폭염은 100년에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이 지역은 10년에 한번씩 극한폭염이 덮치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고 지구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WA는 "전세계적으로 올 2월은 역대 2월 중 가장 더운 2월로, 9개월 연속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며 "계속 증가하는 탄소배출량과 엘니뇨 현상까지 겹친 것이 고온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에 폭염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11일~15일이었다. 이 시기에 기온은 최고 40℃ 이상 치솟았고, 평균온도는 36℃를 기록했다. 특히 열지수 문제가 심각했다. 열지수는 신체가 더위를 느끼는 정도를 반영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결합한 것으로, 이 기간 열지수는 무려 5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열지수가 38℃를 넘으면 '위험' 등급으로 보고 야외활동 자제 및 충분한 휴식, 식수 급여를 권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Royal Netherlands Meteorological Institute)의 이지딘 핀토(Izidine Pinto) 연구원은 "이는 인체에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서아프리카 국가의 주력산업이 농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평년 기준으로 2월은 온도가 다소 낮은 달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더욱 심각하다. 와시우 아데니이 이브라힘(Wasiu Adeniyi Ibrahim) 나이지리아 기상청 관계자는 "2월 폭염은 연초에 발생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구온난화가 조금만 더 진행되면 이같은 폭염은 더욱 더 심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열악한 인프라도 폭염대응의 취약요소로 꼽힌다. 마자 발버그(Maja Vahlberg) 적십자 기후센터 활동가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고온은 소리없는 살인자"라며 "특히 노약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야외 작업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아프리카 인구의 약 절반은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수백만명이 폭염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연합(UN)은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적응비용이 2150억달러에서 38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극한폭염은 농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보고서는 "서아프리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코코아 수출국이며, 현지 농부들은 더위로 인해 약해졌다"고 밝혔다. 실제 코코아 가격은 최근 몇 년동안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이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였다. 이에 코코아 원두가격 1톤당 8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앰버 소여(Amber Sawye) 영국 에너지 및 기후인텔리전스 유닛(Energy and Climate Intelligence Unit in the UK)은 "코코아를 재배하는 서아프리카의 농부들은 극심한 더위와 강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며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