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석연료 25곳 평가해보니...'탄소중립 낙제점'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5 10:58:38
  • -
  • +
  • 인쇄

거대 석유회사들이 최근 몇 년동안 기후공약을 거창하게 내걸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준하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이행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기후금융싱크탱크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가 세계 최대 석유 및 가스회사 25곳의 생산 및 전환 계획을 평가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대상 25곳 가운데 파리기후변화협약 핵심목표에 부합하는 곳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대 2℃ 낮게 유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메이브 오코너(Maeve O’Connor) 카본 트래커 분석가는 "전세계 화석연료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파리협약 목표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해결책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파리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기업은 없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연구진들은 조사대상 기업의 화석연료 탐사 및 생산계획 및 투자,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임원급 이사들의 주요 경영정책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파리협약 준수 점수표와 대조했다. 그리고 각 기업에 A~H까지 등급을 매겼다. 연구진들은 "A는 파리협약 목표에 잠재적으로 부합하는 기업을 뜻하고, H는 가장 부합하지 않는 기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BP가 D등급을 받아 가장 높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엑손모빌(ExxonMobil)은 G등급을 받았고,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는 최하점 H를 받아 꼴찌를 차지했다. 오코너 분석가는 "모든 기업이 실망스럽지만 기업간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회사들의 탄소중립 정책을 분석·평가한 점수표 (출처=카본 트래커)

보고서는 또 "가스회사에서는 체사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P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생산량을 줄이려는 유일한 회사였고, 스페인의 렙솔(Repsol)과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 영국의 쉘(Shell) 등 3개 회사는 기존 생산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H등급을 받은 코노코필립스는 2030년까지 2022년 생산량보다 47% 증산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공개적으로 기후공약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BP와 쉘은 1년 간격을 두고 초기 탄소배출량 목표를 하향 조정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엑손모빌이 셰일가스 기업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를 인수했다. 셰브론(Chevron)도 텍사스 석유회사 헤스(Hess)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OCI)의 데이비드 통(David Tong) 글로벌산업 캠페인 매니저는 "이 보고서는 정부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단계적 퇴출을 관리하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증거"라며 "불을 덜 피우겠다고 약속하는 방화범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대규모 석유 및 가스 기후 공약과 계획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OCI는 대형 석유기업의 기후계획이 전세계 기후목표를 달성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마이크 코핀(Mike Coffin) 카본 트래커 석유, 가스 및 광업 연구책임자는 "이 새로운 점수표를 통해 투자자들은 동종업계와 비교해 기업의 행동을 평가하고 에너지전환의 현실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기업 경영진에게 따져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기후/환경

+

감사원 "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2080년 폭염사망 30배...정부, 대응해야"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보건 영향평가'가 미래 예측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예산 부족 등을

"2035 NDC,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문가 중

올 상반기 배출가스 차량 8만대 환경부 '리콜' 대상

환경부가 2025년 상반기 결함시정(리콜) 승인 현황을 집계한 결과, 5개 자동차 제작·수입사에서 51차종 8만 2537대의 차량에 대해 의무적 결함시정을

李대통령 이어 환경장관 후보자도..."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 마련"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김성환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석탄재 투기로 식수·바다 몽땅 오염...한전 석탄발전소에 필리핀 지역민 '분통'

한국전력공사가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어획량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기후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