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석탄발전사업 손떼라...'기후리스크' 개인투자자에게 전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7 11:51:24
  • -
  • +
  • 인쇄
'탈석탄 선언' 이후에도 석탄발전소 채권 사들여
소매금융에 적극 판촉해 높은 수수료로 수익 올려


국내 증권사들이 신규 석탄발전소를 위해 금융업무를 지속하며 기후리스크를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전국 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 6곳을 대상으로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송부했다. 서한에는 각 증권사가 탈석탄 선언에 걸맞는 실제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키움증권 제외 5개 증권사는 석탄 투자를 배제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선언 이후에도 삼척블루파워가 진행중인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을 완성하는 자금줄 역할을 놓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탈석탄 선언 이전인 2018년 1조원 규모로 체결한 '총액인수 확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액인수 확약'에 따라 주관사인 6개 금융기관은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채권을 전부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기후위험을 인식한 기관투자자들은 이 채권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연 4회로 지급되던 이자 지급 주기를 12회로 조정했고,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리테일(소매금융)에 적극 판촉하는 등 기후리스크를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

게다가 탈석탄 기조가 무르익은 2022년부터 0.15%이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수수료율은 0.2%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주관사들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수수료로 거둔 수익이 오히려 30% 가까이 증가했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내역 (모집액 단위: 억원) (자료=석탄을 넘어서)


하지만 향후 삼척블루파워의 재무환경은 훨씬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삼척블루파워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 10월에 가동이 시작됐어야 했다. 그러나 항만공사에서 해안침식 문제가 드러나면서 환경부로부터 공사 중단명령이 있었다. 금융권의 탈석탄 기조에 따라 금융 조달에서도 난항을 겪으며 상업 운전 시작이 지난 1월로 연기됐다가 재차 4월 중순까지 연기됐다.

삼척시 주민들도 삼척블루파워에 회의적이다. 지난 17~18일 삼척거주 만 18세 이상 주민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69.6%의 삼척시민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줄이고 조기폐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2.2%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기후위기 정책, 공약 등 정치권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변도 49.2%이었다.

삼척블루파워 모기업인 포스코도 기후리스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탄소배출 등 기후 대응에 저조한 이유로 16개 해외 기관들이 포스코홀딩스를 투자 대상으로 제외했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그룹에 중장기적으로 손톱 밑 가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석탄을 넘어서'는 증권사들이 탈석탄 선언을 이행할 수 있도록 올해 만기되는 '총액인수 확약' 연장 없이 신규 계약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블루파워는 상업운전 계획 즉각 취소 △포스코그룹을 비롯한 관련 기업, 산업은행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 정부, 국회가 삼척석발전소의 지역사회 및 기후위기 영향과 재무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운영 중단 방안을 마련할 것 △6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와의 총액인수확약 계약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포함한 신규 석탄채권 발행을 중단할 것 △6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위 및 이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자 모집 등의 일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석탄 투자를 배제하고, 화석 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 녹색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이미 글로벌 대표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6개 증권사 역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비롯한 석탄금융을 즉각 중단하고 탈석탄 선언에 걸맞은 실제적인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환경·사회' 지표 투자전략 반영했더니 지수 수익률 상회"

투자전략에 ESG 세부지표를 반영하면 시장대비 높은 장기수익률과 안정적인 위험관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

'몸짱 소방관' 2026년 달력 만든다...'우리동네GS'에서 사전예약

오는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2026년도 '몸짱 소방관 달력'이 나온다.몸짱 소방관 달력의 정식명칭은 '소방관 희망나눔달력'으로, 서울시 소방재난본

SK이노, 에이트린 재생플라스틱 우산에 전과정평가(LCA) 무상 지원

SK이노베이션이 소셜벤처 '에이트린'의 재생플라스틱 우산에 대한 전과정평가(LCA)를 무상 지원한다.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기후/환경

+

韓선박 무더기 운항제한 직면하나?..."탄소감축 못하면 국제규제"

한국 해운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해 일부 선박이 운항제한이나 벌금을 맞을 위기에 직면했다.기후솔루션은 5일 전세계 100대 해운사의 온실가스

화석연료 못버리는 국가들..."파리협약 1.5℃ 목표달성 불가능"

전세계가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5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뷰펠] 에너지 저장하는 '모래 배터리' 개발...베트남 스타트업의 도전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