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900㎜ '물벼락'...전세계 '이상폭우' 우리도 예외 아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7 10: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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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전세계가 이상폭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어린이날 연휴 폭우로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5일 어린이날부터 이틀동안 전라남도에는 장맛비를 방불케하는 평균 100.7㎜의 비가 내렸다. 이번 폭우로 해남, 강진, 순천, 보성, 고흥, 광양 등 농경지 1539헥타르(㏊)가 침수피해를 겪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특히 강한 비바람에 쓰러진 보리류의 피해 면적이 1278㏊로 가장 넓었다. 조생 벼 243㏊, 재배시설 139동(16.7㏊)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틀간 237.4㎜의 비가 쏟아진 광양에서는 차량 2대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에서 6일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보성이 267.5㎜로 가장 많았고, 광양읍 265㎜, 고흥 포두 231㎜, 순천 226㎜, 여수 산단 188.5㎜, 장흥 관산 181㎜, 구례 피아골 162㎜, 완도 139.9㎜, 광주 무등산 85㎜ 등이었다.

지난 5일 하루에만 광양(198.6㎜)과 진도(112.8㎜)에서는 5월 하루 강수량 극값을 새로 썼다. 같은 날 완도(139.9㎜), 순천(154.1㎜), 보성(186.7㎜), 강진(129.2㎜)에서는 역대 두번째로 많은 5월 하루 강수량을 경신했다.

경남에서는 폭우로 불어난 물에 주민이 사망하고, 마을이 침수되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6일 오전 6시 5분경 경남 고성군 대가면 한 농수로에서 실종된 70대 주민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A씨는 전날 오후 5시 33분께 발견지점에서 약 300m 떨어진 농수로에서 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이 인근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자신의 논에 들어찬 물을 빼기 위해 나섰다가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서는 전날 오후 11시 39분경 한 마을이 불어난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돼 구조·배수 작업이 이뤄졌다. 지역 소방당국에 따르면 피해가구가 48가구, 이재민이 55명이었다. 현재 이들은 인근 복지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진주시와 남해군, 하동군 등에서도 산사태 위험과 옹벽 붕괴 등으로 30가구, 33명이 인근 경로당과 교회 등으로 일시 대피했다.

지난 6일 오전 6시 기준 경남·창원소방본부에는 침수와 나무 쓰러짐 등 총 6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도 재난상황실에 따르면 6일 오전 6시 기준 전날부터 내린 누적 강수량은 경남 평균 108.3㎜다. 남해가 260.6㎜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하동 234.5㎜, 진주 156.5㎜, 창원 133.3㎜, 경남 고성 113.0㎜ 등이었다.

제주도 지난 5일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행인이 고립되거나 전봇대·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한라산에는 무려 900㎜의 물벼락이 떨어졌다. 한때 시간당 최대 70㎜를 넘는 강한 비가 쏟아진 한라산에서는 5~6일 기준 삼각봉 951.5㎜, 진달래밭 937.5㎜, 영실 756.5㎜ 등 900㎜ 이상의 폭우를 기록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4~6일 새벽 기준 누적 강수량은 서귀포 98.1㎜, 고산 83.3㎜, 성산 75.6㎜, 제주시 21.6㎜ 등이다.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는 고립 사고와 전봇대·나무 쓰러짐 등 이날 오후 6시까지 10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제주공항에서도 5일 오후 항공편 결항·지연이 속출하고, 어린이날 행사 장소가 실내로 바뀌거나 일정이 취소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기상청은 5월에 때아닌 폭우가 쏟아진 원인에 대해 "저기압과 강한 남풍에 동반된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7일에도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대부분 지역은 이날 비가 그치겠지만 강원영동남부와 남부지방(동해안 제외)에서는 8일 새벽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브라질과 미국, 러시아, 호주를 비롯해 중국 광저우와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꺼번에 많은 비가 퍼부으며 홍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기상학자들은 "올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한 점과 라니냐 현상 복귀가 예상되면서 폭풍우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낮아지는 현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올해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해수면 온도상승으로 아시아 지역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MO는 "지난해 아시아 연평균 지표 기온은 기록상 두번째로 높은 수치"라며 "온난화 속도도 세계 평균보다 빠르고 기후 관련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도 아시아"라고 짚었다. 아시아 지역과 인접해있는 북서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전 지구의 평균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과 밀접한 북서 태평양의 지난해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역대 기록상 가장 따뜻했다. 특히 구로시오 해류, 북서 아라비아해, 필리핀해, 일본 동쪽 바다의 해수면 온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아시아지역의 자연재해는 79건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자연재해 가운데 80% 이상이 홍수와 폭풍이었고, 이 현상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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