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치매 3배 더 잘 걸린다"…그 이유는?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8 13:01:18
  • -
  • +
  • 인쇄

한국인이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3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인의 약 20%가 치매 발병과 밀접한 유전자 조합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산트파우연구소의 후안 포르테아 박사와 바르셀로나자치대의 빅토르 몬탈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ApoE4 유전자를 양쪽 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95%에 이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Apoe' 유전자는 체내 지방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변이형 중 하나인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50% 이상의 비율로 관찰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 위험요소에서 '원인'으로 상향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알츠하이머조정센터의 뇌 기증자 3297명과 유럽·미국 코호트연구의 1만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Apoe4 유전자 조합을 가진 이들의 95% 이상이 뇌척수액에서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를 보였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의 급증은 알츠하이머의 초기증상 중 하나다. 또 해당 유전자를 보유한 많은 이들이 Apoe4 유전자가 없는 이들보다 더 젊은 나이에 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Apoe4가 알츠하이머의 위험요소를 넘어 확실한 바이오마커(표식)란 것을 보여준다"며 "Apoe4를 알츠하이머병 예방이나 표적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특히 2019년 조선대 치매 국책연구단에 따르면 해당 유전자 조합은 동아시아인에게 더 높은 빈도로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미국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인의 약 20%가 Apoe4 유전자 조합을 갖고 있어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다소 급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UCL 유전학연구소와 이 학교의 데이비드 커티스 교수는 성명을 통해 "Apoe4 유전자 조합이 있는 경우 알츠하이머가 유전적으로 발현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며 "Apoe4와 상관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발병 과정은 대부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마이클 그레시우스 박사는 "이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이 Apoe 변이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아선 안된다"고 피력했다. 현시점에서는 Apoe4가 원인인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를 억제할 방안도 없기 때문에 불안감만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