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11월 합의될까?...핵심쟁점 놓고 협상 '교착상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3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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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기후규제에 이은 '이중규제' 반발
환경단체 이권보다 '생존권'이 우선 비판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최종성안을 도출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지만, 핵심쟁점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놓여 있어 오는 11월 계획대로 성안이 발표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난 4월 30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4)가 예정시한인 일주일을 하루넘긴 8일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INC-3에서도 오후 6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회의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지난 2022년 열린 제5회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해 법적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당시 국제사회는 2024년까지 총 5차례 협의를 통해 강제성을 띤 국제규제를 마련해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를 관리하자는데 합의했다. 플라스틱은 유엔이 지목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등 전지구적인 문제인 '삼중 행성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를 모두 유발하는 소재다.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면 '삼중 행성 위기'의 상당부분이 완화되기 때문에 이번 협약은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협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한국 부산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INC-5를 남겨둔 상황에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단적인 사례로 협약 문안의 '괄호' 개수다. 미확정 문구나 선택지들이 존재하는 항목은 괄호를 달아 빈칸을 남겨놓는데, 이번 INC-4의 협약 문안에는 INC-3보다 괄호가 2000개가량 늘어난 3686개에 달했다. 3686개 문항이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핵심쟁점인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을 두고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욕조에 물이 넘치면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한다'는 말처럼 르완다와 페루를 필두로 협약을 강력 지지하는 우호국연합(HAC, High Ambition Coalition)은 플라스틱의 기본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 Primary Plastic Polymer) 생산을 오는 2040년까지 2025년 대비 40% 감축하는 발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유사입장국(LMG, Liked Minded Group)의 반대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급진적 이중규제'라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기후위기 관련 규제로 화석연료 수요가 꺾이는 추세여서 주력 산업에 타격을 입게 될 처지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이미 채굴한 석유의 상품가치라도 건지기 위해 화학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또다시 생산량이 제한되면 국가경제가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수적 열세인 산유국들은 주요 조항에 대해 '만장일치'를 요구하며 절차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다수결로 할 경우에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INC-4를 참관했던 그린피스 김나라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답답하다 못해 폭력적이라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플라스틱 생산공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에 시달리는 최전선 공동체(Frontline Coummnity)들은 비자 문제나 경제적 이유로 행사장 문턱도 밟지 못하고 있는데 INC-4에 참가한 산업계 로비스트들은 이전보다 37% 늘어난 196명이라고 했다. 확인된 숫자만 그렇다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근간이 되는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 관리'와 '강제성'이 흔들릴까봐 우려하고 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되면서 암이 발병하는 원주민들이 속출하고 있고, 태평양 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돼 수몰될 처지"라며 "각국이 생존권보다도 이권을 앞세우면서 정작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협약의 본 취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협약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기후공시가 시행되면서 신재 플라스틱 생산은 당연히 어려워질 것이고, 산유국들을 배제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현존하는 폐기물과 앞으로의 폐기물의 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 플라스틱 제품 가운데 60%는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산업폐기물이다. 문제가 되는 40% 가운데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전기자동차, 건물 에너지 효율화 등에 필요한 내장재로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소재까지 감축을 강제하면 기후대응에 역효과라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이 당장 원전을 폐쇄하자는 말이 아니듯이 탈플라스틱을 한다고 해도 결국 플라스틱을 상당기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염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INC-5 이전 문안을 간소화하기 위해 진행중인 회기간 작업에는 폐기물 관리체계가 없는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에 대한 '재원마련'과 플라스틱 오염물질을 줄이고, 재활용 및 재사용 용이성을 높이기 위한 '제품 디자인' 2가지가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과 맞닿아 있어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생산량 감축'과 '강제성'에 대한 결론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캠페이너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직 그 어떤 것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예정 시한을 연장하는 한이 있더라도 졸속 협약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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