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4] 가을폭염·습설...한반도 뒤흔든 '5대 기후뉴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6 08:10:02
  • -
  • +
  • 인쇄
▲11월말 내린 습설 (사진=연합뉴스)

'가을폭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올 한해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한해'였다. 폭염은 9월 추석연휴까지 이어졌고, 열대야도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겨울 문턱에서 온난화가 초래한 때이른 '습설'이 전국을 강타했다. 태풍은 운좋게 피했지만 기록적인 폭우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했고, 과일과 채소의 가격은 역대급으로 치솟으며 밥상물가를 위협했던 한해였다. 이는 한해를 마감하는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반도에서 어떤 기후재해들이 발생했는지 뉴스트리가 '기후재난 9대 뉴스'로 정리해봤다.

[1] 가장 더운 해···'가을폭염' 발생

올가을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더웠다. 가을 전국 평균기온은 16.8℃로, 평년 14.1℃보다 2.7℃ 높았다. 이는 기상기록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폭염은 9월중순 추석까지 꺾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을폭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올 9월 전국 평균 일최저기온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었고, 2010년 이래 처음으로 9월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만에 9월 기온이 33℃가 넘는 폭염이 발생했다. 9월의 폭염일수도 6일로, 1908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74개 지점에서 9월 기온이 역대 신기록이 경신됐다.

(사진=연합뉴스)

[2]역대 최장 열대야···온열환자 3000명

올해는 열대야 일수가 예년보다 3배나 많은 20.2일에 달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9월 19일이 마지막 열대야였고, 춘천은 1966년 기상관측 이래 첫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폭염과 열대야로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지난 9월 30일까지 올여름 전국 온열질환자 수는 총 3704명으로 4526명을 기록한 지난 2018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다.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도 최근 10년 이래 가장 많았다. 올 10월까지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질환 산재 신청건수는 47건(사망 2건 포함)으로 지난 2015~2024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에도 온열질환 산재 신청건수가 29건(사망 3건)으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3] 기습폭우···물에 잠긴 남부지방

올가을 폭우도 역대급이었다. 가을장마와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겹치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올가을 강수량은 총 415.7mm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통상 9월 평균 강수량은 266.1mm인데, 올가을은 이보다 149.6mm 많았던 것이다. 

폭우는 남부지방을 집중 강타했다. 이 때문에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거나 배추 모종이 유실되는 등 농작물 및 축산시설 피해도 극심했다. 부산은 하루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고 주택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창원과 전북, 충정지역도 폭우 피해가 컸다. 창원은 평균 467㎜의 비가 내렸다. 특히 창원시 덕동에는 하루에 537.5㎜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전북에서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농작물 넘어짐, 하천 범람, 토사 유출 등 피해가 잇따랐다.

10월에는 전반적으로 상층 기압골이 우리나라 주변을 자주 통과하며 비 오는 날이 많았다. 10월 강수일수는 평년 대비 5.1일 많은 11.0일로, 역대 1위였다. 

(사진=연합뉴스)

[4] 묵직한 '습설'···붕괴 사고 잇달아

올해는 첫눈부터 눈폭탄을 맞았다. 지난 11월 27~28일 이틀동안 내린 눈의 양은 40cm가 넘었다. 

서울, 인천, 수원 세 지점에서는 11월 27일에 11월 일최심 신적설(24시간 중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 28일에는 일최심 적설(하루동안 실제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 최곳값을 갈아치웠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117년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이다.

게다가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습설인 탓에 눈으로 인한 붕괴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습설은 구름대의 기온이 0℃에서 영하 10℃ 사이일 때 형성되는 눈으로, 일반 눈보다 무게가 2~3배 무겁다. 100평방미터(㎡) 기준으로 40㎝가 쌓이면 눈 무게는 4톤에 달한다. 이 때문에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뿐 아니라 건물이 붕괴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11월 습설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과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해역의 가을철 해수면 온도는 23.6℃로, 최근 10년 평균 21.1℃보다 2.5℃도 높았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사진=연합뉴스)

[5] 벚꽃없는 봄축제, 단풍없는 가을축제

기후변화로 벚꽃 개화 시기는 앞당겨지고 단풍이 물드는 시기는 늦어졌다.

올해 서울 벚나무 개화일은 역대 5번째로 빨랐다. 2013년 이전까진 서울에서 3월에 벚나무가 개화한 적이 없었지만 2014년에는 3월 28일 개화했다. 이후 3월 하순에서 4월초 사이에 벚꽃이 피고 있다.

이른 개화의 원인으로 온난화가 지목됐다. 3월 평균기온은 지난 51년 사이 2.6℃ 상승했고 4월 평균기온도 0.8℃ 상승했다. 이로 인해 여러 봄꽃이 이전과 달리 동시에 피는 '생태적 엇박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태적 엇박자가 발생하면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의 활동 시기가 엇나가면서 꽃가루와 꿀 등을 먹이로 삼는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화분매개가 필요한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단풍은 늦더위로 인해 예년보다 늦게 물들었다. 설악산 단풍은 평년 시작일보다 6일, 지난해보다 4일 늦었다. 평년대로면 10월 17일쯤 절정에 이르지만, 올해 예상 절정 시기는 10월 24일로 7~10일 가량 미뤄질 전망이다. 오대산과 치악산도 각각 평년보다 7일, 4일 늦게 단풍물이 들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