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둔덕만 없었어도"...콘크리트 구조물이 대형참사 불렀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2-31 12:36:12
  • -
  • +
  • 인쇄
사고 여객기, 공항 활주로 끝 흙둔덕에 충돌
"장애물 없었다면 탑승자 다수 생존했을 것"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 지점에 설치돼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여객기와 충돌해 무너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179명이나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는 비상상황에서도 동체착륙을 무사히 시도했지만 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25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던 둔덕에 충돌 후 기체가 산산조각나면서 이 '수상한 시설'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활주로 끝에 흙더미와 콘크리트 시설물만 없었어도 피해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밝혔고,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이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사고 당시 영상을 보더라도 사고 여객기는 비행기 바퀴가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800m 길이의 활주로 1200m 지점에 비교적 무난하게 내려 활주로를 주행했다. 그러다가 활주로가 끝나고 비활주로 구간을 통과하면서 동체 아랫부분이 쓸려나간듯 파편이 뒤로 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체는 온전해보였다. 그런데 공항 외벽에 부딪히기 직전 흙으로 둘러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동체가 부딪히면서 폭발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원인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외신에 보도되고 있는 다른 전문가들도 "공항에 흔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왜 활주로 끝에 이런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활주로 인근에는 구조물을 세우더라도 통상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를 대비해 쉽게 부서지는 형태로 만든다고 했다. 만약 콘크리스 구조물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는 '인재'라는 시각이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의 용도는 방위각시설이다. 방위각 시설은 비행기 이착륙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통 활주로 끝에 세우지만 지면과 같은 높이에 만든다. 무안공항처럼 2m 높이의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방위각 시설을 세운 것은 너무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31일 무안공항 등에 따르면 이 구조물 높이가 2m에 달한 것은 활주로 끝단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 높인 것이다. 지난해 방위각 시설을 새로 교체할 때 콘크리트 구조물을 새로 설치했는지, 이전부터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방위각 시설이 애초 설치됐던 2010년 로드뷰에서도 흙더미 위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모습이 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발적 탄소시장' 보조수단?..."내년에 주요수단으로 부상"

2026년을 기점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거래량 중심에서 신뢰와 품질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26일(현지시간) 탄소시장 전문매체 카본

두나무, 올해 ESG 캠페인으로 탄소배출 2톤 줄였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올 한해 임직원들이 펼친 ESG 활동으로 약 2톤의 탄소배출을 저감했다고 30일 밝혔다. 두나무 임직원들

올해 국내 발행된 녹색채권 42조원 웃돌듯...역대 최대규모

국내에서 올해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약 42조원으로 추산된다.30일 환경책임투자 종합플랫폼에 따르면 2025년 10월말 기준 국내 녹색채권 누적 발행액

"속도가 성패 좌우"...내년 기후에너지 시장 '관전포인트'

글로벌 기후리더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후정책에 성공하려면 속도감있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시장이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산업전환을

"5만원 보상? 5000원짜리 마케팅"...쿠팡 보상안에 '부글부글'

쿠팡의 보상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5만원을 보상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사실상 5000원짜리 상품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팡한 사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3년 더'...최종후보로 '낙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현 회장이 차기회장 최종후보로 추천됨에 따라, 앞으로 3년 더 우리금융을 이끌게 됐다.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

기후/환경

+

내년 1분기부터 '소비기한 임박식품' 할인판매...'탄소포인트' 지급

내년 1분기부터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을 통해 할인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환

내년부터 아파트 준공전 '층간소음' 검사 강화된다

이웃간 칼부림까지 유발하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아파트 시공 후 층간소음 차단검사를 기존 2%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공동주택 위

배출량 28% '탄소가격제' 영향...각국 정부 탄소수입금 늘어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등 '탄소가격제'에 영향을 받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8%로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의 탄소수익금도 늘어나는 추세다.26

'자발적 탄소시장' 보조수단?..."내년에 주요수단으로 부상"

2026년을 기점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거래량 중심에서 신뢰와 품질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26일(현지시간) 탄소시장 전문매체 카본

대만 7.0 강진 이어 페루 6.2 지진...'불의 고리' 또다시 '흔들'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에서 이틀 연속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 대만 이란현 동쪽 해역에서 규모 7.0 강진이 발생한데 이어, 28일 페루 침

[날씨] 하루새 기온 '뚝'...다시 몰려온 '한파'

한파가 물려온 탓에 한반도가 다시 얼어붙었다. 이번 추위는 2026년 새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30일부터 북서쪽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찬 공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