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착륙 잘했는데 흙더미가 피해 키워...활주로 끝 '수상한 시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30 16: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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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크레인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탑승객 181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희생된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의문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 여객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한 활주로 끝단에 흙더미가 쌓여있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사고당시 영상을 살펴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비행기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2800m 길이의 활주로 1200m 지점에 동체착륙을 할 당시만 해도 기체는 온전했다. 동체착륙을 하긴 했지만 비교적 온전하게 활주로를 주행하다가 활주로 끝단에 흙을 쌓아올린 둔덕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사고 여객기는 꼬리 부분의 모양만 온전히 남아있고 나머지 부분은 산산조각이 났을 정도로 충돌 여파가 컸다. 

활주로 끝에 흙더미와 콘크리트 벽체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무안국제공항은 왜 활주로 끝단에 이같은 흙둔덕을 쌓아놓았던 것일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흙으로 된 이 둔덕은 방위각시설이다. 방위각 시설은 비행기 이착륙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통 활주로 끝에 세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에 설치돼 있는 것은 방위각시설물(로컬라이저)"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여수와 청주공항도 무안공항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에 이같은 구조물이 있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데이빗 수시 항공안전분석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에 구조물이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문"이라며 "공항은 비행기가 랜딩기어없이도 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 양끝에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는게 통상적"이라고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또 국제규정상 방위각시설은 비행기가 충돌해도 쉽게 파손되도록 설치돼야 한다.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 따르면 기초구조물은 지반보다 7.5cm 이상 높지 않아야 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

그런데 무안공항은 흙을 2~3m 높이로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기초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설치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시설물은 원래 있어야 할 위치도 아니라고 했다. 무안공항은 활주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지형이 낮아지는 구조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둔덕을 쌓았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위각시설 높이를 맞출 때도 비행기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철골 구조물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인규 한국한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활주로) 끝에 있는 둔덕은 어느 공항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둔덕 너머에는 항공기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비행기는 동체착륙으로 무리없이 멈췄을 것이라는 뜻이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영국 공군 출신 전문가도 영국 스카이뉴스에서 "조종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좋은 착륙을 수행했고, 착륙이 끝날 무렵 항공기는 크게 손상되지 않았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데이빗 수시도 "무안공항 설계가 국제기준을 충족했는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고,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질이나 소재에 제한이 있는지,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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