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없는 코끼리, 키작은 마호가니...인간 때문에 진화?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8 16:27:12
  • -
  • +
  • 인쇄

아프리카 코끼리들의 상아가 사라지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상아가 밀렵의 표적이 되면서 상아없는 개체가 살아남으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행위가 지구상의 많은 동식물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는 모잠비크 내전기간 밀렵으로 90% 이상 급감했다. 현재는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탄자니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자들은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밀렵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낮아 이같이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타냐 스미스 WWF-UK 수석고문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밀렵 이후 아프리카 코끼리는 엄니가 짧거나 전혀 없는 개체의 비율이 증가했다"며 "인간 때문에 코끼리의 상징 중 하나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변화하는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다. 열대우림 생태계의 중요한 기둥이자 붉은색 목재로 유명한 마호가니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구용 나무로 알려지면서 마구 벌목됐다. 그 결과 카리브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1970년 이후 마호가니 나무 개체수가 70% 이상 감소했다.

현재 마호가니 나무들은 여전히 널리 퍼져있지만, 과거와 다른 형태로 자라고 있다. 한때 20m 이상씩 자라던 마호가니 나무는 상업적 가치가 거의 없는 작은 관목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국제보존식물원(Botanic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보존전문가인 말린 리버스 박사는 "가장 큰 나무들이 빠르게 잘려나가면서 크기를 키울 수 있는 유전자를 공유하지 못했다"며 "이 나무들은 더이상 크고 우뚝 솟은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과거의 높이만큼 결코 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8년 명명된 신종 불가사리 '아스트로피우라 캐롤레아'(Astrophiura caroleae)는 특이하게 맥주병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불가사리의 친척꼴인 생물인데, 카리브해의 퀴라소 해안에서 발견된다. 과학자들은 이 종이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연사 박물관(NHM)의 불가사리 전문가인 휴 카터 박사는 "살아있는 개체는 약 300m 깊이에 버려진 하이네켄 맥주병 혹은 고무타이어에서만 발견됐다"며 "본래 해당 속의 생물들은 단단한 것을 선호해 대부분 바위에서 살아가는데, 이 종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서 행복하게 전통을 이어가는 것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달팽이가 도심의 더위를 견디기 위해 껍데기 색상을 옅게 진화시켰다. 시민과학자 수천명이 수집한 달팽이 사진을 관찰한 결과, 연구자들은 도심에 사는 달팽이의 껍데기 색상이 더 옅어진 것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 진화생물학자인 메노 쉴트하위젠 교수는 "껍데기 색이 어두우면 열을 더 많이 받아 과열로 폐사할 위험이 있다"며 "옅은 색상은 무더위 아래서 달팽이를 충분히 시원하게 유지해준다"고 보았다.

이외에도 미국 네브래스카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삼색제비는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날개 길이가 짧아졌다. 종종 다리 밑에 둥지를 트는 삼색제비는 지나가는 차에 자주 치였는데,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날개가 짧아지면서 치일 위험이 줄어들었다. 날개가 짧아지면 보다 민첩해져 차를 빠르게 피할 수 있고, 날개가 긴 새는 죽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