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우 '이중고'...전세계 도시 15% '기후채찍질'에 고통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3 18:13:16
  • -
  • +
  • 인쇄
▲기후 채찍질로 역대급 규모로 번진 미국 LA 대형산불(사진=연합뉴스)

전세계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폭우에 동시에 시달리는 '기후 채찍질'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후가 습했다가 순식간에 건조해지는 '기후반전' 현상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워터에이드가 발간한 '물과 기후: 도시 인구에 대한 위험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대도시 112곳 가운데 95%가 극적으로 습하거나 건조한 기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5%는 기후가 극단적으로 전환되는 '기후 채찍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에이드는 1983년~2023년까지 40년간 전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00개 도시와 별도로 선정한 12개 등 112개 도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 채찍질' 현상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미국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 항저우와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태국 방콕, 이라크 바그다드, 케냐 나이로비 등 17개 도시가 극심한 폭우와 가뭄을 번갈아 겪는 '기후 채찍질'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도시로 꼽았다. 이 지역들은 날씨가 습했다가 갑자기 건조해지는 극단적 전환상황을 겪기 때문에 기상이변에 제때 대응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어려워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많이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올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휩쓸었던 대형산불도 '기후 채찍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전년도 겨울에 늘어난 강수량에 초목들이 폭풍성장했고, 이후 건조한 날씨로 전환되면서 무성해진 초목들은 불이 붙기 쉬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화마를 키웠다는 것이다.

'기후 채찍질'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건조한 시기에 더 빠르게 수분을 증발시켜 땅을 메마르게 만들어 가뭄을 초래하고, 습한 시기에는 증발한 수준이 대량의 비구름을 형성해 강력한 폭우를 쏟아붓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후가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바뀌는 '기후반전'을 겪는 도시들도 적지않다.

보고서는 이집트 카이로, 스페인 마드리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랑스 파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24개 도시가 습한 곳은 건조하게, 건조한 곳은 습하게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조했다가 습해진 도시에선 배수 관련 설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우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거나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고, 콜레라, 이질과 같은 수인성 질병 발생률이 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카테리나 미카엘라데스 영국 브리스톨대학 교수는 "도시에서 기후변화와 기후반전에 대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부유한 도시는 이전 기후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고, 저소득층이 많은 도시는 극단적 기후에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를 막거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식량, 건강, 에너지 등이 벼랑 끝으로 몰린 '제로 데이'가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기후/환경

+

캐나다, 메탄배출 '옥죈다'...석유·가스 배출관리 대폭 강화

캐나다 정부가 석유·가스 산업의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규제강도를 높인다.16일(현지시간)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석유·가스 생

태양발전소 수익 나눠갖는 마을...'햇빛소득마을' 500개소 만든다

정부가 내년에 5500억원을 투입해 3만8000여개 마을을 대상으로 약 500개소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EU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철회?..."현실적으로 힘든 규제"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신차 탄소배출량을 100%

내년도 기후기술 R&D 예산 1531억원...73.5% 증액

내년도 기후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1531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 883억원보다 무려 73.5% 증액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서울 프레지던

배출권 유·무상 할당기준 '업체에서 사업장으로' 바뀐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유·무상 할당기준이 업체에서 사업장으로 바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배출권 할당의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

강화도 하천서 물고기 400여마리 '떼죽음'...무슨 일이?

인천 강화도 하천에서 물고기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인천 강화군 하점면 목숙천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