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예상 빗나갔다...미국인 새 교황 '레오 14세'는 누구?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9 09:42:21
  • -
  • +
  • 인쇄
▲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사진=연합뉴스)

미국인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2000년이 넘는 가톨릭 역사에서 미국인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 투표 4차례만에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가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한 목자의 길을 걸었고, 기본적으로 개혁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페루의 빈민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을 하며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똑 닮았다. 레오 14세를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보낸 것도,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위원장과 교황청 주교부 장관 자리를 맡긴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그는 2022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개혁 작업을 주도적으로 도왔다. 주교 선출을 심사하는 주교부 위원에 여성 3명을 추가하는 일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조금 더 중도적이고 신중한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다가 보수파와 정면 충돌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레오 14세가 이끌었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미셸 팔콘 신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품위있는 중도파"로 정의하며 "무엇이든 과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의 뒤를 이어 수도회를 이끄는 모랄 안톤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각나는 것을 즉시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레오 14세는 좀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 성직자 문제에 대해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는가"라고 했지만, 레오 14세는 성소수자를 덜 환영하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2012년 주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동성애와 대안가족을 언급하며 "서구 언론과 대중문화가 복음에 어긋나는 믿음과 행동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레오 14세는 보수파와 개혁파 중 한쪽 편에 서기보다 중재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레오 14세가 침착하고 현실적인 스타일로 여러 분파 사이에서 중재에 능하기로 교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 인사를 하며 "대화와 만남을 통해 언제나 평화롭게 하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리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미국인이면서도 빈민가 등 변방에서 사목한 그의 발자취가 교황 선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때문에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AP통신은 해설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바티칸 소식통을 인용해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고 표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기후/환경

+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알프스는 녹고 해변은 사라지고...관광산업 종말 오나?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80년 후 관광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지속가능한 교통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인 스테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