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의 유학생 등록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학교에 72시간 내로 정부가 요구한 유학생 징계기록과 불법행위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 유학생 등록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하버드가 응하지 않으면 새 학년이 시작되는 2025년 9월부터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중인 유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하버드가 일요일인 25일까지 정부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유학생과 대학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재 하버드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약 600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 비중이다. 대학측이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게 되면 이 학생들은 모두 다음학기에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미국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3개월 내에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시간과 비용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버드가 정부의 요구대로 72시간 내에 서류를 모두 제출하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만, 현재까지는 하버드가 정부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뉴턴 하버드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며, 대학의 사명을 훼손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버드와 트럼프 정부 사이에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캠퍼스 시위 때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됐고 하버드가 그 중심에 섰다. 올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반유대주의 문제로 규정하며, 대학 측 대응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3월부터 하버드 등 시위에 참여한 일부 대학의 유학생들과 경미한 전과가 있는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안보부는 각 대학에 "유학생 관련 위협 및 위법 행위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정부의 요구에 응했지만 하버드는 "학생 보호가 우선"이라며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갈등은 더 불거졌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가 계속해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자, 4월 중순 약 22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연구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하버드가 보조금 중단에 법정 대응을 하며 굴복하지 않자, 국토안보부는 지난 22일 급기야 하버드의 국제학생 등록자격(SEVP 인증)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국토안보부는 "유학생 수용은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며 "여러 차례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하버드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EVP 제도는 미국 정부가 국제학생 비자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인증을 유지하려면 정기적으로 유학생 현황과 비자 조건 위반 여부를 보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이번 조치도 이 제도에 따른 행정 절차의 일환이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하버드는 정부의 요구대로 72시간 내에 유학생에 대한 관련 서류를 제출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태세전환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않을 뿐더러, 재학생의 26%가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는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정부와 하버드간의 '힘겨루기'에 유학생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유학생들은 정부와 대학교간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세계 입학예정자인 학생들은 입학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다음학기 시작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올 3월 초부터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했던 미 정부는 4월말 이를 전격 회복시켜준 것처럼 하버드의 유학생 등록자격도 유학생들이 입국하기 시작하는 8월 이전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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