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확산되며 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에도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선을 기존 배럴당 60달러에서 45달러로 인하하려던 계획을 중단한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인하안은 우크라이나가 제안해 EU 제18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포함된 조치 중 하나였다. '대러시아 제재안'에는 원유가격 상한선 외에도 가스관 차단, 러시아산 원유 우회수입 금지, 러시아 선박 제재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가격상한을 배럴당 45달러로 낮출 경우 러시아는 원유 수출로 따른 수익을 수조원 넘게 손해보게 된다. [관련기사: '러 에너지 의존도 낮춘 유럽 칼 빼들었다']
이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 인하안은 당초 이번주 EU외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논의 자체가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지금과 같은 국제상황에서는 가격상한 인하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가격이 상한선 근처에 있었지만 중동 사태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변동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G7 회의에서도 즉각적인 조정은 없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기존 상한제가 큰 효과는 없었지만, 최근 유가 상승 국면에선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역설적이게도 중동지역의 전쟁은 러시아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된 이후 러시아산 우랄원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르면서, 그간의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덕분에 러시아 정부의 재정 운용은 숨통이 틔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재정부담이 커진 러시아는 원유 수출가격이 상승하면 적자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은 "현재 유가는 국내 에너지 산업에 충분한 투자 여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며 "생산 확대와 수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상승, 제재 보류, 수익회복이라는 세가지 호재가 발생하면서 러시아는 중동 정세 불안정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EU의 러제재안 유보는 향후 국제 시장 내 원유 공급·수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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