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살인자 '가뭄'...수천만명 극심한 기아 시달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7-03 17:16:15
  • -
  • +
  • 인쇄

기후위기로 전세계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수천만 인구가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가뭄완화센터(NMDC),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국제 가뭄회복연맹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지중해 등 4개 지역 12개국 이상을 조사한 결과, 상당 국가가 가뭄과 물 관리 부실로 식량 공급, 에너지 및 공중보건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프리카 동부·남부에서만 9000만명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흉작과 가축 폐사가 빈발하고 있으며, 소말리아에서는 현재 인구의 4분의1이 굶주리고, 100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이러한 상황은 수년째 진행되고 왔다. 지난 8월에는 남부 아프리카 인구의 6분의1이 식량 원조를 필요로 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해 옥수수 수확량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고, 9000마리의 소가 폐사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선박이 정체돼 무역이 급감하고 비용이 증가했다. 2023년 10월~2024년 1월 동안 선박 운항량이 3분의1 이상 감소했다.

2024년 초까지 모로코는 6년 연속 가뭄을 겪으면서 국토 57%에 물 부족이 발생했다. 스페인에서는 강우 부족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50% 감소해 올리브오일 가격이 2배로 올랐다. 터키에서는 토지 황폐화로 국토의 88%가 사막화되고, 지하수 수요 증가로 대수층이 텅 비면서 땅꺼짐 위험이 급증했다.

저자들은 지난 2년간 진행된 엘니뇨 현상이 온난화 추세를 악화시켰다며 "높은 기온과 강수량 부족이 2023~2024년 물 부족, 식량 부족, 전력 부족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뭄은 국가의 범위를 넘어 쌀, 커피, 설탕 등 주요 작물의 생산과 공급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2023~2024년 태국과 인도는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설탕 생산량이 급감해 미국 설탕 가격이 9% 상승했다.

보고서는 가뭄이 전세계적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기후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마크 스보보다 NMDC 창립이사는 "이건 단순 건조한 날씨가 아닌 천천히 진행되는 전세계적인 재앙이며, 내가 본 것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스보보다 이사는 "스페인, 모로코, 터키 등이 가뭄 속에서 물, 식량, 에너지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통제되지 않은 지구온난화의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며 "부유함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어떤 나라도 현실에 안주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빙하도 물 부족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연구는 빙하가 전례없이 손실되면서 전세계 20억 인구의 식량과 물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20년 동안 전세계 가뭄 영향을 받는 면적이 두 배로 늘었고 그 비용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가면 2035년 가뭄 대비 및 복구 비용은 현재보다 최소 35%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브라힘 티아우 유엔 사막화방지 협약 사무총장은 사막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뭄은 소리없는 살인자이며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에너지, 식량, 물이 모두 사라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뉴노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