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줄다리기' 시작...관세는 '미끼' 속내는 750조 투자?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5 11:21:03
  • -
  • +
  • 인쇄
▲24일(현지시간)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5% 관세가 부과되는 8월 1일을 1주일 남겨놓고 한미간 관세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미국이 한국의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신 일본의 대미 투자규모와 맞먹는 수준의 딜을 요구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신 5500억달러(약 755조원) 규모의 투자·시장 패키지를 얻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시장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인터뷰에서 "한국이 일본 합의를 읽었을 때 욕설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일본과의 비교가 한국 측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대신 자국산 농축산물과 에너지 수출 확대, 대규모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관세율 조정은 최종 혜택이며, 실질적 '보상'이 협상 전제조건처럼 활용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로 자동차 관세율이 0%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관세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일본이 자동차, 농산물, 보잉 항공기 등에 대한 수입 확대와 함께 75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사례가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단일 부처가 아닌, 백악관·재무부·상무부·무역대표부(USTR) 등 다양한 라인을 통해 요구사항을 분산시키고 있다. 상무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4000억달러(약 550조원) 수준의 투자 카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준비한 2000억달러(약 274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는 미국 측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농축산물 수입 확대, 디지털 규제 완화, 에너지 협력 등 다층적 양보가 사실상 연계돼 있다.

디지털 부문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의 위치정보 사용제한, 경쟁당국 규제 집행 등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구글맵의 제한적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며, 협상 대상에 포함된 정황이 포착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합의 테이블에도 이 사업을 포함시켜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투자와 사업참여를 요구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을 이미 공표한 상태다. 미국 측은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선 양보, 후 인하' 구조를 명확히 하며, 실익 없는 상징적 합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간 회담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80분간 진행됐다. 산업부는 "전략 제조업 협력 강화와 관세 인하 방안을 논의했고,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율, 투자 규모, 시장 개방 조건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국이 제시한 2000억달러 규모의 보상안은 미국의 기대선인 55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단순히 관세 협상이 아닌, 자국 산업과 고용에 직접 연결되는 이익을 중심으로 협상 프레임을 설정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일주일 남은 협상시한 내에 미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실질적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바다커튼·유리구슬...지구공학 방법론 온난화 억제 "효과없다"

지구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온난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영국 엑스터대학 마

경기도민 89% "기후위기 심각…적극대응 필요하다"

경기도민 10명 중 9명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지하며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경기도는 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