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에서 우리나라는 25% 관세를 15%로 낮추고 미국이 끈길기게 요구했던 쌀과 소고기 추가 수입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대신 미국에 펀드 조성 방식으로 3500억달러(약 488조원)를 투자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1000억달러(약 139조원)를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오전 8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15%로 합의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도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8월에 발표할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관세에서도 한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앞서 미국과 합의를 타결한 일본을 사례로 들며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660억달러 흑자, 일본은 685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달러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호혜적 결과를 도출했다"며 "자동차 관세의 경우 12.5%를 주장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일률적 15%로 결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농축산물 시장을 지켜낸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쌀 추가 수입과 소고기 연령제한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식량안보와 민간성을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협상과정에서 우리 무역대표단은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1위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연령제한 폐지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국민반감으로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극적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또 한국과 협상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는 이미 농산물 시장을 99.7%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조선업 펀드 1500억달러(약 208조)를 제외하면 한국의 투자 규모는 2000억달러(약 278조) 규모"라며 "이는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달러의 3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분야의 1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 기술과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자율주행 선박 개발 등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0억달러 투자는 펀드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밝힌 김 실장은 "반도체와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로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도 "대출과 보증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많을 것이고, 직접투자의 비중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2000억달러라는 규모 역시 한도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산 LNG 등 에너지 1000억달러 수입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은 "통상적으로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수입액이므로 무리가 없다"면서 "LNG는 이미 수입하고 있고, 원유는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바꿔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투자에 따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저희 내부적으로는 (수익이 미국에) 재투자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나 방위비 문제, 무기 수입 협상 등에 대해서는 "이는 별개의 이슈로, 이번 협상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온라인플랫폼법·인공지능(AI) 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요구 등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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