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이 만연해지면서, 해초와 미세플라스틱이 공처럼 뭉쳐진 이른바 '넵튠 볼'이 지중해 해변에 떠밀려오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의 안나 산체스-비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넵튠 볼이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넵튠 볼이 매년 지중해에서 걸러내는 플라스틱 조각의 양은 8억6700만개 이상이라는 것이다.
주로 지중해에 서식하는 해초인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는 가을철이 되면 잎이나 뿌리줄기가 떨어져 나와 해안까지 떠밀려오곤 한다. 이 해초가 서로 엉키면서 형성하는 해초 공을 '넵튠 볼'(Neptune ball)이라고 한다. 포시도니아는 지중해권에서 오랫동안 포장, 침구, 주택 단열재로 쓰였다.
연구팀은 2018년~2019년까지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해변 4곳에서 포시도니아 해초잎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샘플 절반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초 1㎏당 플라스틱 조각수는 많게는 613개에 달했다. 플라스틱의 61%는 조각 형태였는데 알갱이가 33%, 발포 고무가 2.9% 비중을 차지했다. 성분은 폴리에틸렌(PE) 50.5%, 폴리프로필렌(PP) 32%, 폴리염화비닐(PVC) 6.9% 순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크기는 0.55~287㎜로, 평균 9.08㎜였다.
해초잎뿐 아니라 넵튠 볼에서도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넵튠 볼 17%가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양은 1㎏당 최대 1470개가 발견됐고, 이 가운데 64%가 필라멘트·섬유 형태였다. 플라스틱 조각이 21%, 필름이 8.1%, 발포 고무가 5.4%를 차지했다. 성분은 폴리에틸렌 테라프탈레이트(PET) 35%, PE 21%, PP 13%, 폴리아미드(PA) 10.8%, PVC 10.8% 순이었다. 크기는 1.05~59.02㎜, 평균 9.48㎜였다.
연구팀은 "해초 지대에서는 해류가 약해져 탄소와 퇴적물을 축적시키고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쌓이는 것에는 플라스틱도 포함된다. 연구에 따르면 매년 최대 241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간다. 다만 산체스-비달 박사는 "플라스틱 필터 역할로 해초를 심는 방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체스-비달 박사는 "넵튠 볼은 해변에 습기와 영양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 이를 줍는 것만으로도 해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넵튠 볼을 발견하면 해변이나 바다 등 원래 그 자리에 둘 것을 당부했다.
해초는 수질 개선, 탄소 흡수, 해안 보호, 해양생물 서식지 등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수질 오염, 개발, 침입종, 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해초 면적은 19세기 후반 이후 29% 감소했으며, 포시도니아도 폭염과 환경오염에 위협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Nature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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