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이 없다면 2051~2100년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2배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 기상현상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1℃ 더 오르는 '고온충격' 발생시 소비자물가는 1년간 0.055%포인트(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별 일최다 강수량이 과거 평균보다 10㎜ 더 많은 '강수충격'이 발생하면 1년동안 0.033%p 상승시키도록 작용했다.
보고서에서 정의한 고온·강수 충격은 월별 일최고기온·일최다강수량과 과거 월별평균간의 차이로 계산했다. 극한 기상상황은 최근 나타난 폭우·폭염 등과 같이 과거 30년의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는 기상상황을 뜻한다.
연정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고온충격은 일시적인 물가 교란뿐 아니라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 생산자의 가격 조정 경로 등을 통해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기상충격 강도가 커질수록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월별 평균 기온과 일 최고기온 격차가 상위 5% 이상인 고온충격 상황에선 기온 1℃ 상승으로 1년간 평균 물가 상승 압력은 0.11%p까지 확대됐다. 강수충격 역시 상위 5% 이상인 상황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년간 평균 0.054%p 높였다.
기상충격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은 농산물이었고, 그 뒤로 수산물, 축산물, 공업제품 등이 뒤를 이었다. 서비스물가의 경우 고온충격에는 상승압력을 받지만, 강수충격에는 오히려 물가가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강수 상황에서 공급 비용보다 서비스 수요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한기상 현상이 지속되면 미래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후대응 능력 축소·지연으로 지구온난화 가속된다면 고온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2031~2050년 중 0.37~0.60%p에서 2051~2100년 중엔 0.73%~0.97%p로 2배 가량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과장은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 부문의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와 보험·금융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실물·금융경제와 통화정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정책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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