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아침형 인간' VS 예술가는 '저녁형 인간'...사실일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1 17:02:01
  • -
  • +
  • 인쇄

아침 종달새로도 불리는 '아침형 인간', 올빼미족이라고도 불리는 '저녁형 인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능률이 좋을까?

흔히 CEO들은 아침에, 창작자는 밤에 활동하는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아침형이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유리한 반면, 올빼미족은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믿음도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우선 최적의 취침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크로노타입'은 사람이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대에 관한 경향을 구분한 지표로, 수면전문가인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아침에 활발한 '사자', 낮에 가장 활발한 '곰', 저녁에 움직이는 '늑대', 짧고 얕게 자는 '돌고래' 유형 등이 있다. 그리고 추정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은 늦은 오전 내지 낮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편한 곰 유형에 속한다.

수면 전문가인 크리스틴 크누슨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부교수는 "우리 모두는 각성 수준, 수면, 호르몬 수치, 혈압 등 수많은 생리적 출력을 제어하는 내부 생체시계 또는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크로노타입은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가령 청소년기가 되면 생체시계가 늦어져 늦게 일어나게 되고, 노년기가 되면 반대로 생체시계가 빨라지는 것이다. 한스 반 동겐 워싱턴주립대학 수면연구센터소장은 "젊은 성인 기준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은 생체리듬에 따른 활동시간에 약 4시간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있는 이유는 진화적 내지 유전적 요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저녁형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저녁형이, 아침형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아침형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난 특성을 지녔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졌다. 2007년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은 시각적 콘텐츠에 다양한 사고 전략을 적용하는 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가나자와 사토시 런던 정경대학 부교수는 2만745명의 청소년의 지능테스트 결과와 취침시간을 비교해 "지능이 높을수록 올빼미족일 가능성이 더 높으며,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이 진화적으로 새롭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연구팀은 다양한 지능테스트를 완료한 2만6000명 이상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보다 인지 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능, 창의성 등 특성을 크로노타입과 연관짓는 데에 신중하다. 앞선 연구들은 이목을 끌기에는 좋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 동겐 소장은" "IQ가 높은 청소년은 밤까지 더 오래 공부하고 주말 수면을 늘리거나, 방과 후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크다"며 "(자연스럽게 잠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취침시간을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생체시계는 단순 잠들고 활동하는 시간 이상을 결정한다"며 "활동시간대에 따라 참여하게 될 활동의 종류와 노출되는 경험까지 부분적으로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일찍 일어나면 기업 업무 환경에서 성공하는 데 더 유리해질 수 있다.

확실한 사실은 생체시계에 맞지 않는 루틴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이다. 크누슨 부교수는 2018년 올빼미족이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10% 더 높고 건강 문제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공동 집필했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크누슨 부교수는 이 문제가 "내부 시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비동기화로 일주기에 교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고 "올빼미족이 아침 종달새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024년 스탠포드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늦게 일어나는 일은 크로노타입에 관계없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연구진은 술을 마시거나 정크푸드를 먹는 것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행동이 밤늦게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또 아나 웬즐러 흐로닝언대학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인지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크로노타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크로노타입을 알아볼 수 있을까. 웬즐러 연구원은 타액의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해 언제 이 수치가 올라가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멜라토닌은 몸이 밤임을 알리기 위해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아침형 인간은 멜라토닌이 더 일찍 분비된다.

하지만 대부분 타액 검사를 하기에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크로노타입을 재려면 일주일 동안 알람 없이 취침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웬즐러 연구원은 조언했다. 알코올, 커피 등 진정제나 각성제를 멀리하고 휴대폰, TV 등 취침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요소를 피하면 언제 신체가 자연스럽게 잠드는지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올빼미족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생체시계를 앞당겨 일찍 일어날 수는 있다. 매튜 P 워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수면과학센터 소장은 "2019년 연구결과 아침 햇살, 고정된 식사시간, 이른 운동, 카페인 차단 등 체계적인 루틴을 사용해 올빼미족의 기상 시간을 3주동안 약 2시간 앞당겼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아침에 기분과 성과가 좋아졌다고 보고했지만, 대부분은 원래 수면 패턴대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커 소장은 "자신의 수면패턴을 영구히 바꾸는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크로노타입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하지만 두 번째 쥐가 치즈를 먹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기후/환경

+

美 뉴잉글랜드 2.5℃까지 상승...온난화 속도 2배 빠르다

미국 북동부 지역 뉴잉글랜드주가 산업화 이전대비 평균기온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구에서 두번째로 기온 상승속도가 빠른 것이다.4

호주 AI데이터센터 난립에..."마실 물도 부족해질 것"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급증하면서 호주가 물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챗GPT'를 운영하는 미국의 오픈AI를 비롯

희토류 독식하는 美국방부..."군사장비 아닌 탈탄소화에 쓰여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희토류가 군사기술 개발에 사용되면서 기후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

'아프리카펭귄' 멸종 직면...먹이부족에 8년새 '95% 급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이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5일(현지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

기습폭설에 '빙판길'...서울 발빠른 대처, 경기 '늑장 대처'

지난 4일 오후 6시 퇴근길에 딱 맞춰 쏟아지기 시작한 폭설의 여파는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밤샘 제설작업으

[주말날씨] 중부지방 또 비나 눈...동해안은 건조하고 강풍

폭설과 강추위가 지나고 오는 주말에는 온화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 포근하겠다. 다만 겨울에 접어든 12월인만큼 아침 기온은 0℃ 안팎에 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