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종달새로도 불리는 '아침형 인간', 올빼미족이라고도 불리는 '저녁형 인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능률이 좋을까?
흔히 CEO들은 아침에, 창작자는 밤에 활동하는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아침형이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유리한 반면, 올빼미족은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믿음도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우선 최적의 취침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크로노타입'은 사람이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대에 관한 경향을 구분한 지표로, 수면전문가인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아침에 활발한 '사자', 낮에 가장 활발한 '곰', 저녁에 움직이는 '늑대', 짧고 얕게 자는 '돌고래' 유형 등이 있다. 그리고 추정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은 늦은 오전 내지 낮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편한 곰 유형에 속한다.
수면 전문가인 크리스틴 크누슨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부교수는 "우리 모두는 각성 수준, 수면, 호르몬 수치, 혈압 등 수많은 생리적 출력을 제어하는 내부 생체시계 또는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크로노타입은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가령 청소년기가 되면 생체시계가 늦어져 늦게 일어나게 되고, 노년기가 되면 반대로 생체시계가 빨라지는 것이다. 한스 반 동겐 워싱턴주립대학 수면연구센터소장은 "젊은 성인 기준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은 생체리듬에 따른 활동시간에 약 4시간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있는 이유는 진화적 내지 유전적 요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저녁형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저녁형이, 아침형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아침형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난 특성을 지녔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졌다. 2007년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은 시각적 콘텐츠에 다양한 사고 전략을 적용하는 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가나자와 사토시 런던 정경대학 부교수는 2만745명의 청소년의 지능테스트 결과와 취침시간을 비교해 "지능이 높을수록 올빼미족일 가능성이 더 높으며,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이 진화적으로 새롭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연구팀은 다양한 지능테스트를 완료한 2만6000명 이상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보다 인지 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능, 창의성 등 특성을 크로노타입과 연관짓는 데에 신중하다. 앞선 연구들은 이목을 끌기에는 좋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 동겐 소장은" "IQ가 높은 청소년은 밤까지 더 오래 공부하고 주말 수면을 늘리거나, 방과 후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크다"며 "(자연스럽게 잠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취침시간을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생체시계는 단순 잠들고 활동하는 시간 이상을 결정한다"며 "활동시간대에 따라 참여하게 될 활동의 종류와 노출되는 경험까지 부분적으로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일찍 일어나면 기업 업무 환경에서 성공하는 데 더 유리해질 수 있다.
확실한 사실은 생체시계에 맞지 않는 루틴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이다. 크누슨 부교수는 2018년 올빼미족이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10% 더 높고 건강 문제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공동 집필했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크누슨 부교수는 이 문제가 "내부 시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비동기화로 일주기에 교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고 "올빼미족이 아침 종달새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024년 스탠포드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늦게 일어나는 일은 크로노타입에 관계없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연구진은 술을 마시거나 정크푸드를 먹는 것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행동이 밤늦게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또 아나 웬즐러 흐로닝언대학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인지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크로노타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크로노타입을 알아볼 수 있을까. 웬즐러 연구원은 타액의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해 언제 이 수치가 올라가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멜라토닌은 몸이 밤임을 알리기 위해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아침형 인간은 멜라토닌이 더 일찍 분비된다.
하지만 대부분 타액 검사를 하기에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크로노타입을 재려면 일주일 동안 알람 없이 취침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웬즐러 연구원은 조언했다. 알코올, 커피 등 진정제나 각성제를 멀리하고 휴대폰, TV 등 취침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요소를 피하면 언제 신체가 자연스럽게 잠드는지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올빼미족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생체시계를 앞당겨 일찍 일어날 수는 있다. 매튜 P 워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수면과학센터 소장은 "2019년 연구결과 아침 햇살, 고정된 식사시간, 이른 운동, 카페인 차단 등 체계적인 루틴을 사용해 올빼미족의 기상 시간을 3주동안 약 2시간 앞당겼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아침에 기분과 성과가 좋아졌다고 보고했지만, 대부분은 원래 수면 패턴대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커 소장은 "자신의 수면패턴을 영구히 바꾸는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크로노타입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하지만 두 번째 쥐가 치즈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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