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팡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이 미국의 정계를 움직여 여론몰이를 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통령실 주재 관계부처 장관회의까지 소집됐다.
쿠팡은 지난 25일 오후 3시30분께 보도자료를 내고 "디지털 지문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는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출자는 재직 중 취득한 내부 보안키를 탈취해 이메일·주소·전화번호 등 3300만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고객정보만 PC와 노트북PC에 저장했다"며 "결제정보, 로그인 관련정보, 개인통관번호 등에는 접근하지 않았고, 유출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으며 고객정보 중 제3자에게 전송된 데이터는 일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이같은 발표에 정부는 어이없어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지난 21일 쿠팡에서 피의자가 작성했다는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됐다는 노트북PC 등 증거물을 임의제출 받아,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쿠팡 주장이 사실인지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34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진술서까지 만들어 수사당국에 제출한 '셀프조사'에 대해 '수사방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핵심 용의자의 진술서까지 받은 상황에서 용의자 신병을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술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자체 수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쿠팡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를 유출한 직원과 접촉하게 된 경위와 현재 소재지, 해당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았다. 회사 쪽에 유리한 내용만 사실로 전제하고 외부로 공표한 것이다. 쿠팡이 확보했다는 노트북PC 등 범행 도구를 어떻게 포렌식했고 외부 전송이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쿠팡은 "외부업체를 통해 수차례 검증을 거쳐 유출범 진술과 조사내용이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고객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결과를 공표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17일 용의자 진술서를 비롯한 모든 조사내용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영역을 침해하는 행위여서 쿠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자체조사로 일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의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한지 6시간만에 대통령실이 직접 움직였다. 대통령실은 성탄절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급 인사들과 경찰청 관계자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쿠팡의 이같은 행태는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 언론에서 쿠팡을 압박하는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일제히 쏟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기업인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와 미국 언론을 동원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이 미국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통령실은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물론, 해킹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간부들까지 회의에 참석해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난뒤 대통령실은 "엄중한 조사와 함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며 "향후 쿠팡 관련 범부처 TF를 배 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쿠팡 개인정보 유출건은 소관부처를 넘어 범정부 차원의 '일벌백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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