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14개월만에 재개…주식시장, 다시 '개미 지옥'되나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3 21:14:03
  • -
  • +
  • 인쇄
대형주로 제한? 공매도 상위종목 거의 해당
개인 참여 확대? 제도 자체가 개인 차별적
▲지난 2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운영한 공매도 반대 버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 우려로 지난해 3월부터 중단됐던 공매도가 약 14개월만인 3일 재개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편입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다시 허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공포가 컸을 때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당초 6개월만 중단하려 했지만 두차례 연장되며 14개월 후인 이날 다시 시작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면서 시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비롯해 다수의 종목 커뮤니티 등에서는 기관과 외국인들만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공매도에 대해 제도를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공매도 반대' 버스 운영, 청와대 청원, 유력 정치인들에게 메일이나 문자 보내기 등의 운동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이날까지로 연장했고, 대상 종목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으로 제한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 기회를 늘렸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의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공매도를 반대했던 한투연을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다수다.

일단 대상 종목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혀 의미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매도로 인해 폐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종목들은 상당수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편입돼 있는 종목들이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금액 비중이 높은 종목들을 보면 코스피에서는 롯데관광개발, 호텔신라, 셀트리온, 두산인프라코어가 1~4위인데 모두 코스피200 종목이다. 코스닥에서는 상위 5위 중 1위와 4위인 신라젠과 에이팸을 제외한 2,3위와 5위인 케이엠더블유, 에이치엘비, 상상인이 코스닥150에 편입돼 있다.

즉 종목을 제한했다고는 해도 기존에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던 종목들은 대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공매도가 많지 않던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종목으로 공매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인 참여 확대에 대해서도 역시 '개인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정책인데 오히려 개인들의 화만 키운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부문이 주식을 빌린 후 상환해야 하는 기간에 대해서다. 현재 기관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빌려준 곳과 합의만 된다면 사실상 의무 상환 기한이 없다. 반면 개인들은 공매도를 위해 대주를 할 경우 6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관은 본인들이 이익을 낼 때까지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개인들은 이익이든 손해든 60일이 되면 주식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상환기한과 무관하게 기관들의 의무 상환 기한 문제는 공매도로 주가를 끌어 내려, 즉 시세를 조종해 차익을 얻기 쉽도록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이날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4월30일)까지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이날 11시 현재 보합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