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미뤄놓고 또 뜸들이는 국회...시민단체들 "차별금지법이 평등사회 첫걸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6 15:47:21
  • -
  • +
  • 인쇄
"각 정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밝혀라"
차제연, 국회 앞에서 법 제정될 때까지 천막농성
▲16일 차벌금지법제졍연대와 참여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차별금지법의 심사기간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사실상 평등을 미루고 차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각 정당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차제연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시민들의 발걸음 앞에 국회는 홀로 달아나고 있다"고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각 정당을 향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개입장요구서'를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성소수차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엠네스티,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미조직 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여성연합 김현수(도구) 활동가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 면접에서의 성차별 발언 등을 예시로 들어 "여성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여성은 여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차하고 복합적인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치권에 대한 날선 비판도 터져나왔다. 참여연대 한상희 정책자문위원장은 "나중에라고 말하려면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할 건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이 '나중에'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 대선 후보는 기독교 단체에 가서 이들을 달래주고 있고 한 후보는 당론에 따라 차별금지법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어 한상희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나중에'를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표는 달라고 한다"며 "우리도 똑같이 투표도 '나중에' 지지도 '나중에' 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한국교회총연합회 주요인사를 만나 "차별금지법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한교총을 방문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은 별개의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한데 묶어 말한 것이다.

윤지현 엠네스티 공동대표는 "11일 엠네스티를 포함 국제법률가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등 7개 국제인권단체가 차별금지법 지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이 국제인권을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제연은 이달 9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차별금지법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차제연은 "더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기에 농성을 시작했다"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달 9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농성에 나섰다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 등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혀 논의의 물꼬가 트는 듯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본격적인 논의없이 2024년 5월 29일로 심사기간을 미루면서 법안은 표류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령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령에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의당 강령에도 '성별・성적 지향과 정체성 에 대한 차별을 없앨 것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이나 괴롭힘, 차별과 배제, 낙인과 편견 등을 없앨 것이다'고 돼 있지만 '차별금지법'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 "누가 스스로 혐오대상이 되고 싶겠어요"...차별받는 '차별금지법'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기후/환경

+

감사원 "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2080년 폭염사망 30배...정부, 대응해야"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보건 영향평가'가 미래 예측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예산 부족 등을

"2035 NDC,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문가 중

올 상반기 배출가스 차량 8만대 환경부 '리콜' 대상

환경부가 2025년 상반기 결함시정(리콜) 승인 현황을 집계한 결과, 5개 자동차 제작·수입사에서 51차종 8만 2537대의 차량에 대해 의무적 결함시정을

李대통령 이어 환경장관 후보자도..."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 마련"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김성환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석탄재 투기로 식수·바다 몽땅 오염...한전 석탄발전소에 필리핀 지역민 '분통'

한국전력공사가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어획량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기후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