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칠성, 엉터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알고도 '방치'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3 11:42:49
  • -
  • +
  • 인쇄
19일 발간한 보고서, 온실가스 배출량 숫자 잘못 표기
회사측 오기 알고도 수정않고 홈페이지 그대로 방치
▲롯데칠성음료 2020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일째 홈페이지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어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9일 공개한 '2020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4만9790톤CO₂다. 이는  2019년 15만2114톤CO₂보다 2324톤CO₂(1.53%) 줄어든 규모다.

또 제품 생산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지표 'SCOPE1'은 1년 사이에 급증했고, 전력이나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지표 'SCOPE2'는 급감했다.

즉 SCOPE1 배출량은 2019년 6만5120톤CO₂에서 2020년 8만7707톤CO₂로, 1년 사이에 34.69%(2만2587톤CO₂) 증가했다. 반면 SCOPE2 배출량은 2019년 8만6994톤CO₂에서 2020년 6만2083톤CO₂로, 1년 사이에 28.64%(2만4911톤CO₂) 줄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를 출시하는 등 그동안 자원 재활용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홍보자료를 토대로 해석하면 SCOPE1 배출량이 늘었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어떤 경위로 제품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증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한 당일인 19일 회사측에 문의한 결과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롯데칠성음료측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수치를 실수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시작한 회사측은 이후 "2020년 SCOPE1 배출량은 6만1480톤CO₂이고, SCOPE2 배출량은 8만8310톤CO₂"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생산과정에서 직접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SCOPE1'은 1년 사이에 5.59% 줄어들었고,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SCOPE2'는 오히려 1.51% 증가했다. 즉 직접 배출량은 줄었고 간접 배출량은 늘어난 것이다. 

이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지속가능보고서 내용과 정반대다.


▲롯데칠성음료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된 온실가스 배출량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롯데칠성음료는 잘못된 숫자가 기재돼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수정하지 않은 채 수일째 이를 방치하고 있다. 회사측이 실수를 파악한지 4일이 지난 23일 오전까지도 잘못된 수치가 기재돼 있는 보고서를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버젓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수치를 수정해 다시 올리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해 아직 홈페이지 보고서는 수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일단 홈페이지에서 내린 후 정확한 보고서를 다시 올리든지, 아니면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공지라도 띄워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ESG관련 애널리스트는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같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SCOPE1과 SCOPE2 추이는 회사의 탄소중립 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회사가 오기를 인정한 순간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관이나 투자자들 외에 소비자들도 기업의 ESG나 환경경영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