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의학의 선구자이자 독립투사 '김교준'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12-04 08:08:01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국권 뺏기자 만주行
재만 동포들과 독립군 부상치료에 힘써
'내원 김교준(金敎準) 선생은 한국 근대 양의학의 선구자이자, 대종교 지도자다. 그는 1884년 4월 6일 박동의 자택에서 공조판서와 사헌부 대사헌, 홍문관 대제학 등을 역임한 김창희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대사헌과 예조판서를 지낸 김정집으로, 조선후기 대표적인 명문거족인 경주 김씨 집안이다. 

집안은 재산도 많아 숙종에게 하사받은 박동의 대저택 외에 말죽거리에 수십만평의 땅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는 모든 가산을 처분해 대종교에 독립자금으로 제공한 후 만주로 가서 치열하게 독립투쟁을 했다. 여섯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김교준에게 열여섯살 위인 맏형 김교헌은 형이자 아버지였다. 김교준의 호가 '내원'인 것도 형인 김교헌의 호가 '무원'인 것의 영향을 받았다.

김교준 선생은 한국 최초의 양의 양성기관인 대한의학교 제1기생이다. 이후 육군부위(副尉)에 임관됐고, 이듬해 대한의학교 교관이 돼 1910년 일본에 국권이 찬탈될 때까지 군 의무사를 거쳐 정3품인 통정대부(通政大夫)로서 육군참령 3등군의장(陸軍參領三等軍醫長)까지 승진했다.

▲1922년 대종교 만주 영고탑에서 중광절 기념촬영 모습. 파란색 화살표는 무원 김교헌 선생이고, 노란색 화살표는 내원 김교준 선생으로 추정. 

1962년 발간된 대한의학협회지 제5권 10호에 따르면, 김교준 선생은 당시를 "양의가 되려는 의도부터 천하게 여긴 시대였으므로 의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동네 사람들의 빈축을 받은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로선 명문가 출신의 김교준 선생이 신식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교에 입학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의학교에서 최연소 학생으로 3년을 공부한 김교준은 1902년 7월 5일 5등으로 졸업했다.

1910년 국권이 찬탈되자, 김교준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나 대종교 교인이 돼 1911년 교단에서 지교(知敎)로 활동하다가 1914년 상교(尙敎)가 됐다. 1917년 일제의 종교탄압으로 총본사가 동만주 지린성 삼도구로 옮겨갈 때 제2대 종사 김교헌을 따라 만주로 건너가 시교에 노력하는 한편 재만(在滿) 동포들의 질병 치료와 독립군의 부상 치료에도 힘썼다. 그러나 만주에 있는 동안 김교준이 벌인 활동(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교준 선생은 광복을 맞아 귀국해 서울에 남도본사를 세우고 전리로 활동하다가, 대종교 총본사가 환국하자 초대전리 겸 도사교위리(都司敎委理:교주 권한대행)가 됐다. 1958년에 도형(道兄) 호칭을 받았다. 1962년 4월에는 제5대 총전교(總典敎)에 선출됐다. 선생의 집안에는 외가를 비롯해 양의학 및 한의학을 전공한 분들이 많고 김교준 선생의 증손자인 김지만도 현재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 일산 김두종 선생
김교준 선생 외에도 대종교 활동을 하면서 의학자의 길을 걸은 사람이 또 있다. 바로 한국의학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일산 김두종(金斗鍾) 선생이다. 그는 1910년 14세에 서울 휘문의숙(현. 휘문고등학교)에 입학해 의학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휘문의숙을 졸업한 뒤 경도부립의학전문학교(京都府立醫學專門學校)에 들어가 학업을 마친 뒤 중국으로 건너가 내과의사로 병원을 개업했다.

1936년 40세에 만주의과대학의 동양의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학문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1945년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조국이 광복되자 귀국했다. 194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사학을 강의하며 부속병원장을 맡았고 1957년 미국 존스홉킨즈대학 의학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한국의학사를 연구하고 김규식이 창설한 대한적십자사의 전신인 조선적십자사의 초대보건부장으로 활약하며 부총재까지 역임했다. 1960년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후 과학사학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에 선출됐다.

김두종 선생은 1963년 성균관대학교 재단이사장을 역임하고, 1980년 학술원 원로회원이 됐다. 의학의 기술적 발전과 문화적 의의 그리고 사상적 배경을 중심삼아 의학사를 서술하는 일에 전력해 이 분야에서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한편 서지학자로서도 각종 고서의 간행연대나 판본의 형태, 자체(字體) 등과 그 책에 붙어있는 서(序)·발(跋) 등을 연구해 '한국고인쇄기술사(韓國古印刷技術史)'를 펴냄으로써 서지학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 저서로는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와 '한국고인쇄기술사' 등이 있다. 일산 김두종 선생의 형은 임오교변으로 순국한 대종교 '순국십현'인 설도 김서종 대형으로 1962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았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COP30] 하루 늦게 나온 '합의문'...화석연료 빠진 '반쪽짜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