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종호 교수 "기후변화로 생기는 무역장벽...이대로면 우리경제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2 0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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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자본주의 질서를 바꾸고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 5년내 15% 이상 늘려야"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는 내용 등을 담은 '탄소중립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우리나라의 탄소시계도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 8년. 이 짧은 기간안에 탄소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2020년 기준 7.2%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에너지 대전환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이에 뉴스;트리는 기후변화로 격변하는 세계경제에서 우리 산업계가 처하게 된 현실적 문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짚어보기 위해 홍종호(58)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직접 만났다.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라고 강조하는 홍종호 교수는 "대전환의 시대에 경제발전의 큰 흐름은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 두가지를 함께 실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는 임기내 재생에너지를 최소 15% 이상 확대하고 송배전망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종호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와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제전문가로서 드물게 기후위기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며 연구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겸하면서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 대한상공회의소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담=윤미경 편집국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조인준 기자



◇ "유럽 탄소세···한국산 15%까지 영향"

유럽은 기업에게 탄소배출 비용을 청구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유럽연합(EU) 의회가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정안을 살펴보면, 초안보다 규제품목과 수준이 더 강화됐다. 초안엔 철강과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등 5개 품목만 적용대상이었는데 수정안은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 수소, 암모니아 등 4개 품목이 추가됐다. 게다가 시행시기도 2026년에서 1년 앞당긴 2025년부터 도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딱 2년 남았다.

5개 품목만 적용할 때는 우리나라 제품이 5%만 해당됐는데, 9개 품목으로 늘어나면 해당 제품이 1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철강뿐 아니라 화학업체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은 유럽국가들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유럽지역에 수출하려면 관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일방적인 무역규제'라고 제소할 수도 없다.

EU는 이 관세를 '세금'이라고 하지 않고 '제도'로 명명하고 있다.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더구나 EU의 논리적 근거도 명확하다. 유럽이 배출한 탄소나 한국이 배출한 탄소 모두 글로벌 오염물질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에 반하는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안하면 유럽 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버린다는 거다. 형평성과 탄소누출 방지 차원에서 탄소관세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서 수출품에 이를 상쇄시킬 수 있다. 유럽의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연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탄소배출권은 유럽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 차익을 고스란히 탄소세로 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유상할당 비중도 높이고, 예외조항도 없애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빨리 대응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유럽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 탄소 가격차를 줄일 수 있다.

어쩌면 유럽 탄소세가 우리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인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럽이 탄소세를 도입하면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한국의 철강 품목이 오히려 호기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수출품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대체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산업계는 탄소국경조정제에 우리나라가 저촉되지 않게 해달라, 환경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나 하고 있다. 이것은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이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말그대로 국가경쟁력의 문제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 미국도 유럽의 CBAM 비슷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를 매개로 무역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명분있는 무역장벽이다.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기업들은 조용히 해외로 떠날 것이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든다.


◇ "기후변화는 경제문제다"

글로벌 압박이 거세지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너무 늦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한다. 압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기후위기와 탈탄소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전세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변화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기후변화는 현재 자본주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가 닥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더이상 환경문제 관점에서 대응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RE100, 탄소국경조정제 등 이 모든 흐름들은 국제무역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환경을 강조하면 진보, 경제를 강조하면 보수로 바라봤던 시대는 지났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기후변화는 경제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ESG 가운데 'E(환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약하다. 국제회의나 컨퍼런스에 참석해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금융기관들은 오로지 'E'에만 관심을 보인다. 모든 논의가 E에 집중돼 있을 정도다. 이들은 자기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거래관계에 있는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 대해서도 이를 강제하고 있는지, 어떻게 모니터링할 것인지, 얼만큼 줄이고 있는지 등을 주로 논의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사용전력뿐 아니라 공급망에 얽혀있는 협력사들의 사용전력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거대한 변화에 대처하려면 재생에너지를 급속도로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 전환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5년동안 재생에너지 비중을 겨우 5% 늘리는데 그쳤다. 1년에 1% 늘렸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늘린 끝에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20년 기준 7.2%가 됐다. 이 비중을 13%까지 늘렸더라면 조금 더 여유가 있었을 거다. 일본의 20%, 중국의 28%에 비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턱없이 낮은 편이다.


◇ "5년내 재생에너지 15% 이상 늘려야"

늦었다고 안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한편에선 여전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람이 잘 불지도 않는 나라에서 풍력이 되겠어? 육상풍력은 나무를 다 베어야 한다는데 되겠어? 이런 식이다.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다. 산간지역이 많은 일본도 태양광 비중이 엄청나다. 생태적으로 기능이 약화된 지역이나 영농형 태양광 등을 대상으로 육상풍력과 태양광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을 마구잡이로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재생에너지 송배전망은 분산형 구조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분산형 구조는 거대한 송전탑이 필요없기 때문에 송전비용이 적게 든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독일과 덴마크,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2000년 중반부터 재생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전력망을 촘촘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뻗어나가는 전력망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2026년 임기까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사회경제정책은 바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일이다. 5년동안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15% 이상 늘려놔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 정부에서 30%까지 늘릴 수 있다.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면 소용없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후퇴하고 말 것이다. 경제대국 10위 자리를 내주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홍종호 교수는 '차기 정부는 임기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15%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조인준 기자


◇ "전기요금 현실화해야"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려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를 모두 수입하는 나라다. 국제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즉각 식음료 가격에 반영된다. 그런데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 가격은 일제히 올랐는데 전기요금은 못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한 한전의 적자는 모두 국민세금으로 메워주고 있으니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격이다.

전기는 공공재가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전기는 공공재'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정부의 책임도 크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전면에 내걸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은 더 왜곡됐다. '탈원전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프레임에 갇혀 전기요금을 전혀 현실화하지 못한 것이다. 비견한 예로,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는데, 이는 서민지원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석유업자를 보조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석유 소비를 장려하는 모양새이니 외신도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런 왜곡된 인식을 계속 심어주게 되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쳐도 성공하기 어렵다. 사실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초기단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으니까. 하지만 설비를 한번 구축해놓으면 원료비가 들지 않는다. 바람과 햇빛을 사용하는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 화석연료로 만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한다면 재생에너지와 가격차는 크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에너지 가격은 오히려 싸진다. 지금도 재생에너지 가격은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이르면 2025년쯤 화석연료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골든크로스 즉 '그리드 패리티' 시점이 온다고 본다.


◇ "재생에너지와 비재생에너지 공존어렵다"

재생에너지와 비(非)재생에너지는 공존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다르고, 낮과 밤에 따라 다르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백업전원이 필요한데 원전과 석탄화력은 이 역할을 할 수 없다. 규모가 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은 한번 가동하면 멈추기 어렵다. 전력의 필요정도에 따라 대응하는 '부하추종'이 아니라 항상 일정한 발전량을 공급한다. 최근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 가동이 중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봄이 되면서 가정용 에너지 소비는 줄어드는데 전력은 과잉공급되고 있으니 재생에너지를 끈거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비재생에너지 입지가 좁아지고, 비재생에너지가 계속 공급되면 재생에너지는 설자리가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원활하고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백업전원으로 가스발전이 효과적이라고 하는 이유도 가스발전은 원전과 다르게 탄력적 가동이 가능해서다. 부족하거나 남아도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력이 남아도는 지역, 전력이 필요한 지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력수급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IT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의 전력망이 만들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비중이 27% 정도 차지한다.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면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원전을 새로 지으면 안된다. 원전 생태계보다 몇 십배 무서운 것이 재생에너지 생태계다. 앞으로 세상은 그렇게 바뀔 것이다. 에너지 분야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산업이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시킨다고 이런 변화를 무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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