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1.5℃ 제한하려면..."화석연료 생산지 절반 폐쇄해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9 07:00:02
  • -
  • +
  • 인쇄
신규 건설뿐 아니라 현재 생산시설 절반 문닫아야
2.5만개 생산시설 모두 가동되면 배출량 9360억톤


지구의 온도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현재 화석연료 생산시설의 절반을 폐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을 피하려면 신규 화석연료를 건설하면 안된다는 것을 넘어선 내용이다.

17일(현지시간) '환경연구학술지'(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2만5000개 이상의 유전·가스전 및 탄광 데이터세트를 분석한 결과, 이미 개발된 생산시설이 모두 가동될 경우 연소과정에서 936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 배출속도 기준으로 25년치 전세계 배출량과 맞먹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구온도가 1.5℃ 상승에서 멈출 확률이 반반이 되려면 이미 개발된 화석연료의 최소 40%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배출량의 절반은 석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3분의 1은 석유, 5분의 1은 가스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화석연료 생산시설은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캐나다 등 20개국에 90%가 몰려있다.

지난 2019년에도 전세계에 필요이상 많은 화석연료 발전소가 있고, 일부는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발전소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생산지까지 폐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일갈했다. 그레그 무티트(Greg Muttitt)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박사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제거기술을 두고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본트래커싱크탱크(Carbon Tracker thinktank)의 매브 오코너(Maeve O'Connor)도 "석유가스회사들은 투자자와 기후 모두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는 배출가스 기술에 도박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술은 대부분 현재 초기 개발단계에 불과하며, 나무심기같은 솔루션은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영국 가디언은 195개 이르는 석유·가스의 '탄소폭탄'이 업계에서 계획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탄소폭탄은 각각 최소 10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로, 이들만으로도 기후 임계치인 1.5℃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석유 대기업들은 2030년까지 하루 1억300만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및 효율성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티트 박사는 "화석연료 생산을 조기에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화석연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저자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켈리 트라우트(Kelly Trout)는 "새로운 화석연료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아니다"라며 이미 세계는 너무 많은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기업이 최종 투자결정을 내린 프로젝트만 대상으로 했다. 대니얼 웰즈비(Daniel Welsby)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박사는 지난 2021년 알려진 화석연료 매장량 가운데 석탄의 90%, 석유와 가스의 60%를 미개발 상태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웰즈비 박사는 이번 연구가 화석연료의 종류별 생산가능성과 아직 개발해야 할 양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나 석유화학산업 용도의 석유·가스에 대해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무티트 박사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석유가스기업과 일부 석탄기업이 에너지헌장조약(ECT) 등을 통해 투자와 수익성을 보호하고자 건설한 법적 인프라"라고 밝혔다. ECT는 기업들이 손실에 대해 정부를 고소할 수 있는 조약이다. 그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해당 조약의 일괄 탈퇴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 코스타리카, 프랑스, 아일랜드,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소수의 정부들은 신규 화석연료허가증 발급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무티트 박사는 "참여국이 더 늘어나면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