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소극적인데"…기업들, ESG경영 '눈치보기' 극심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6 08:01:01
  • -
  • +
  • 인쇄
정부 무관심·경제위기 등에 우선순위 밀려
소홀하면 '탄소 무역장벽'에 큰 타격 우려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작년에는 회사의 모든 사안의 우선순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었는데 올해는 '비용절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A사 ESG위원회 위원)

"경영 시계가 불투명하고, 정부도 이전 정부와 달리 적극적이지 않다고 느껴져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기업들도 ESG와 관련해 눈치를 보고 있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사안들이다 보니…"(B사 ESG경영위원장)

2020~2021년 강하게 불었던 기업들의 ESG경영 바람이 올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전쟁 그리고 현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ESG경영을 외쳤던 기업 중 상당수가 올들어 관련 투자 등에 망설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수출보다 내수를 위주로 하는 기업들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다. 유통업체인 C사의 임원은 "사내에서 일단은 현재 위기를 넘겨야 ESG든 지속가능경영이든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굳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ESG를 한다고 비용을 늘릴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에게 'ESG=비용'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0년 이후 국내외 할 것 없이 ESG가 큰 트렌드일 때는 마지 못해 너도나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를 부르짖었지만, 올들어 국내외에서 관련 트렌드가 꺾이자 많은 기업들이 '우선 멈춤' 버튼을 누른 것이다.

우선 현 정부의 무관심이 큰 이유로 꼽힌다.

기업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서스틴베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 중 65%가 연 4회 미만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대세에 따라 위원회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의 경우 이보다 활동이 더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들을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오히려 공공기관 평가에서 '사회적가치 창출' 비중을 낮추는 등 ESG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에너지믹스 역시 원자력과 천연가스로 대체한다면서 ESG의 중요한 요소인 환경부문의 핵심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다.

D사 환경팀장은 "RE100, 탄소중립, ESG경영은 기업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인프라 구축과 지원, 민관 합동 투자 등이 절실한데 이번 정부는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한 방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기업들 정부와 인프라를 핑계로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 곡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겹치면서 ESG경영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ESG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소홀히 할 경우 추후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25일부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됐다. 다시말해 상황이 어떻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여야 하고, 기업들도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주요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내걸고 새로운 무역장벽을 쌓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수출과 판매를 위해서라도 ESG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점차 '공급망 관리'가 이슈가 되는만큼,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등을 제공하는 협력사들에게도 '온실가스 감축'은 당면 과제다. 만약 이를 간과할 경우 완성품 업체에서는 수출을 위해 해당 납품업체로부터의 공급을 끊어야 하는 상황까지 닥칠 수 있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환경적 책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며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녹색경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그 수준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JYP, 美 타임지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에 올랐다.JYP는 미국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기후/환경

+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땅에 매립하지 못한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 및 수

미세플라스틱 '만성변비' 유발한다…장 건강 영향 첫 규명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면 변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황대연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 토

"공적금융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하면 일자리 2배 증가"

공적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게 되면 국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 취업난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왜 받아?...엉뚱한 나라로 흘러가는 기후재원

부유국 기후자금이 최빈국보다 중소득국에 더 많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카본브리프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 바다...아열대 어종 7종 서식 확인

우리나라 연안의 바다 수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전에 없었던 아열대 어종들이 줄줄이 발견되고 있다.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