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넷제로' 뒤에선 ​​'화석연료'…은행들의 이상한 투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20 08:50:02
  • -
  • +
  • 인쇄
넷제로금융동맹(GFANZ) 회원들 '그린워싱' 지적
화석연료 수천억달러 쏟아붓는 '기후방화범' 비판

'넷제로' 공약에 서명한 은행·금융기관들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기후방화범'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기후NGO이자 싱크탱크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는 '글래스고 넷제로금융동맹(GFANZ)' 이니셔티브에 서명한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에 수천억달러씩 쏟아붓고 있다고 폭로했다.

리클레임파이낸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GFANZ의 넷제로자산관리자그룹(NZAM) 회원인 58개 금융기관이 화석연료 기업 200곳 이상에서 최소 847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넷제로은행연합(NZBA)' 소속 은행 가운데 최소 56곳이 134건의 대출과 215건의 인수계약을 통해 102개 화석연료기업에 2700억달러를 지원했다.

GFANZ 이니셔티브는 2021년 글래스고 유엔 COP26기후정상회담을 주최한 영국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마크 카니(Mark Carney)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가 출범시켰다.

영국은 COP26에서 자산이 130조달러 이상인 45개국 450개 기관이 지구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투자를 맞추기 위해 GFANZ에 서명했음을 내세웠다.

따라서 GFANZ 회원들은 화석연료 노출을 줄일 의무가 있다. 그러나 리클레임파이낸스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회원들은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FANZ 회원 중 신규 화석연료 자금조달을 방지하는 투자정책을 시행중인 기관은 소수에 불과했다.

패디 맥컬리(Paddy McCully) 리클레임파이낸스 수석분석가는 "GFANZ 회원들이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지만 화석연료개발업체에 계속해서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들을 기후방화범'이라고 일갈했다.

루시 핀슨(Lucie Pinson) 리클레임파이낸스 창립자이자 전무이사도 "GFANZ가 그린워싱"이라며 "이들의 그린워싱은 모든 넷제로공약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진정으로 기후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훼손해 더욱더 해롭다"고 비난했다.

GFANZ에 서명한 거대은행 중에는 지난달 석유가스금융규제를 발표한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HSBC는 2021년 4월 GFANZ 그룹에 합류한 이후 화석연료 개발업체에게 120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총 58건이나 승인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HSBC 대변인은 "HSBC의 목표는 넷제로 공약에 따라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안보를 촉진하며 에너지 가격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2030년 재정배출 목표 및 에너지정책에 따라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관련 인프라나 석유자산에 새로운 금융 또는 자문을 제공하지 않고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고객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과도기에는 화석연료가 여전히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2050 보고서를 들어 필요 생산량과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며 에너지전환을 질서있게 이루려면 기존 석유가스 지원 및 투자가 필요하며 이런 지원 수준이 2030년까지 유지되다 이후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NZAM 일원인 영국 금융기업 LGIM도 화석연료 개발업체에 최소 13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됐다. LGIM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는 재생가능한 대안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할 것"이라며 "석유가스와 같은 전 부문의 투자를 포기하면 실질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클레임파이낸스는 IEA에서 지구온도가 1.5도 이내를 유지하려면 신규 화석연료개발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조사된 화석연료 개발업체들은 신규 시추·채굴 등 자산 확장에 종사하는 업체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GFANZ 대변인은 "작년 GFANZ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에 들어가는 수준의 4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1.5도 목표와 일치하는 자본을 배치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GFANZ가 만들어진 이유"라며 "GFANZ 회원들은 중간목표 및 전환계획을 발표할 때 에너지 부문전환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이를 통해 정부, 투자자 및 시민사회단체가 진행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GFANZ에 속하지 않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투명성을 제공하고 솔루션의 일부가 되도록 GFANZ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페트병 모아 사육곰 구한다"...수퍼빈, 곰 구출 프로젝트 동참

AI 기후테크기업 수퍼빈이 이달 1일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구출프로젝트 '곰 이삿짐센터'를 시작하며, 전국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기

아름다운가게, 돌봄 공백에 놓은 아동·청소년 돕는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재단법인 서울시복지재단, 사단법인 피스모모와 함께 13일 협약식을 갖고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연결 및 지원사업-함께

LG CNS 'LG ESG 인텔리전스' ASOCIO 어워드 ESG 수상

LG CNS가 자체 개발한 ESG 데이터 플랫폼 'LG ESG 인텔리전스'로 국제적 권위가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정보산업기구(ASOCIO) 어워드에서 'ESG 부문'을

'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

"국민연금, ESG 원칙 위반한 키움·흥국증권을 거래사로 선정"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

[손기원의 ESG 인사이드] 美캘리포니아 '기후공시 3법'의 위력

최근 글로벌 ESG 공시 지형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칙이 무력화됐고,

기후/환경

+

5년내 화석연료 종말?...IEA "재생에너지로 공급체계 대전환 궤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5년 내에 화석연료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현지시간) 국

[COP30] 年 1.3조달러 누가 낼건데?...기후재원 논의 본격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대응 재원(NCQG)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놓고 본

이대로면 지구 2.6℃ 오른다...화석연료 배출량도 '최고치'

지금 추세대로 가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6℃까지 오를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이 나왔다.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13일 발간

20억명이 화석연료 매연에 노출..."석탄·석유 시설 5km 이내 거주"

전세계 인구의 25%가 화석연료 시설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전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20억명이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시설로부터

[COP30] 기후관련 가짜뉴스 근절한다...'정보 무결성 선언' 첫 채택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기후정보 조작과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 무결성 선언'이 처음으로 채택됐다.12일(현지시간)

[COP30] 인도, EU 탄소국경세에 맹폭…"기후정책 가장한 보호무역"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인도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공개비판하면서 이 문제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