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전환의 역설…기후위기 해결하려다 환경위기?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27 08:50:02
  • -
  • +
  • 인쇄
전기차 제조에 막대한 리튬 필요
광산 확장으로 생태계 파괴 우려

전기자동차 전환이 이뤄지면서 리튬채굴이 확장되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리튬광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물 부족, 토지수탈, 국경 안팎의 생태계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의 전기차는 리튬배터리로 구동되어 리튬은 전기차 제조에 필수인 금속이다.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미국에서만 현재 전세계 생산치보다 3배 많은 리튬이 필요하며 전세계 리튬 수요는 전기차로 인해 2040년까지 4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미국의 자동차 의존도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전기차 전환이 광업과 관련된 세계 환경 및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물과 식량공급, 생물다양성, 원주민 권리를 침해하며 심지어 지구기온 1.5도 목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문제로 리튬의 사회·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 및 공급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칠레에서 세르비아와 티베트에 이르기까지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시위 및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교통은 미국 최대의 탄소배출원이자 여전히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부문이다. 때문에 기후파괴를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가스·디젤차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교통 및 토지이용계획에 어느 정도 초점을 두고 2050년까지 교통부문을 탈탄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방향은 자동차의 이동방식을 바꾸기보다는 가스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데 맞춰져 있다.

이는 효과가 있어 뉴욕, 캘리포니아 같은 주에서는 단계적 휘발유 자동차 판매 금지안을 통과시켰으며 2030년까지 미 전역 자동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문제는 리튬이다. 전기차는 이미 리튬의 최대 수요처로 이는 현재 모든 충전식 배터리에 쓰인다. 리튬 채굴 자체도 어려운 사업이라 EV 수요증가가 사회·환경적 피해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튬은 지질학적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풍부하게 매장돼있지만 현재 전세계 생산량의 95%가 호주, 칠레, 중국, 아르헨티나에 집중돼있다. 멕시코, 미국, 포르투갈, 독일, 카자흐스탄, 콩고, 말리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대규모 신규 매장지가 발견됐다.

리튬 채굴은 여타 채굴업과 마찬가지로 환경 및 사회적으로 유해하다. 비교적 새로운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토지·수질오염, 생태계 파괴, 원주민 및 농촌지역사회 침해 등의 문제와 물 집약도가 높은 리튬 채굴의 절반 이상이 이미 물 부족으로 황폐해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뭄에 타격을 받은 주에서 적어도 50개의 신규 광산이 개발 중이며 각각 세계 2위와 4위의 리튬 생산국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기업의 약속 불이행, 물 부족, 토지오염, 원주민권리 침해가 저항과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했다.

대부분의 예측가들은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공급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하며 이 기간 내에 탈탄소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EV용 리튬배터리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등 벌써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연구는 미국이 도시정책, 대중교통 및 배터리재활용정책 등을 잘 활용하면 2050년에 필요한 리튬 양을 최대 92%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대도시 밀도를 높이고 대중교통에 투자하면 리튬 누적수요를 18%에서 66% 사이로 줄일 수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크기만 제한해도 2050년까지 리튬 수요를 최대 42%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동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감소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즉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을 늘리며 자전거 및 대중교통을 보다 밀집된 도시에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차체 및 배터리 크기를 줄이고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 도시가 대기오염, 도로안전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자동차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자동차 사용이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런던에서는 거의 40% 감소했다.

키라 맥도널드(Kira McDonald) 경제학자 겸 도시정책연구원은 도로 위의 자동차 수가 적어진다고 해서 삶의 질, 편의성, 안전이 희생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자동차에 기반한 인프라와 환경을 형성했던 정책, 제도 및 지출패턴이 변하면 대체 교통수단은 자동차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빠르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구는 향후 수십 년간 필요할 리튬의 양이 공급망을 형성하는 경제, 공중보건, 환경정의, 생태계 및 지역사회 부문 정책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이 어떤 경로를 선택하든 2050년까지 넷제로 운송업을 달성할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전환속도와 더불어 누가 수혜자 혹은 피해자가 될지는 앞으로 선택할 전기차(및 배터리)의 수와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아 마르체자니(Pía Marchegiani) 아르헨티나 환경천연자원재단 정책국장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광물추출을 최소화해 리튬이 풍부한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시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도시의 식물들 생장기간 2주 더 길다...이유는 '인공조명 때문'

도시의 식물들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낙엽이 늦게 떨어지는 등 생장시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우한대학교와 미국 밴더빌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에 영향..."감정 조절하는 뇌 부위가 비대"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기후재난에 노출됐

북극곰 수은 농도 30배 높아졌다...배출량 줄었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