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외쳤던 세계은행...화석연료에 37억달러 금융지원?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3 14:19:32
  • -
  • +
  • 인쇄
獨 환경단체, 보고서 통해 폭로해
세계은행 "과장된 내용일 뿐" 부인


세계은행(The World Bank)이 겉으로는 탈탄소와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면서 뒤로는 화석연료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사실이 들통났다.

최근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은행은 산하기관인 국제금융공사(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IFC)를 통해 약 37억달러(약 4조9121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석유 및 가스 개발 목적으로 제공했다. 무역금융이란 수출입 촉진을 위해 수출 물품의 원자재 확보부터 생산까지의 소요자금을 지원하는 특수 금융상품이다.

보고서 저자인 하이케 마인하르트(Heike Mainhardt) 우르게발트 금융수석고문은 "세계은행이 거래투명성을 증진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지원을 대출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이 금융기관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화석연료 회사들은 앞으로도 무역금융을 통해서 자금을 끌어모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는 무역금융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다. 일반 사업금융은 특정목적을 위해 정부나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비교적 추적이 쉽다. 그러나 무역 금융은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이 정부나 기업에 수출입 자금을 제공하는 수많은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같은 광범위한 규모로 인해 기존 금융상품보다 자금추적이 어렵다.

그런데 IFC는 개발도상국 지원 목적으로 무역금융을 주로 사용한다. 무역금융은 신용이나 보증으로 이루어지는데, 개발도상국들이 진 금융거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인하르트 수석은 "가령 나이지리아의 한 석유개발업체가 시추 또는 정제 장비를 수입하려는 경우, 무역금융은 장비 제조업체에 물품 대금 지급을 보증할 수 있다"며 "그러나 IFC가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그러한 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석유 및 가스 개발에 사용된 금융 금액을 바탕으로 추정 모델을 만들었다"며 "IFC는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의 산유국들과 계속해서 많은 거래를 하고 있는데, 화석연료에 대한 무역 금융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많은 국가들이 세계은행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은행 또한 저탄소 세계 경제로의 전환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세계은행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무역 금융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유, 가스 및 석탄을 제외 목록에 추가해 IFC가 이러한 거래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IFC는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IFC 대변인은 "어거월드의 보고서에는 심각한 사실상의 부정확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화석연료에 대한 IFC의 지원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며 "IFC의 무역금융 프로젝트는 기후위기 대응과 개발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변인은 "IFC는 무역금융에서 석탄을 제외하며, 석유와 가스는 지원국의 에너지 안보 상황을 봐서 제한적으로 유통 목적으로만 허용한다"며 "IFC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기후/환경

+

감사원 "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2080년 폭염사망 30배...정부, 대응해야"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보건 영향평가'가 미래 예측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예산 부족 등을

"2035 NDC,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문가 중

올 상반기 배출가스 차량 8만대 환경부 '리콜' 대상

환경부가 2025년 상반기 결함시정(리콜) 승인 현황을 집계한 결과, 5개 자동차 제작·수입사에서 51차종 8만 2537대의 차량에 대해 의무적 결함시정을

李대통령 이어 환경장관 후보자도..."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 마련"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김성환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석탄재 투기로 식수·바다 몽땅 오염...한전 석탄발전소에 필리핀 지역민 '분통'

한국전력공사가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어획량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기후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