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업체들 '뿔났다'..."정부 믿었는데 줄도산 위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3 17:10:49
  • -
  • +
  • 인쇄
수입산 빨대 의존하면 국민건강 위험
탈플라스틱 사회 분위기 형성에 찬물
▲종이 빨대 제조업체 누리다온 한지만 대표가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부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한 것이 후회됩니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꾸린 '종이 빨대 생존 대책협의회'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 연장 취소와 생존 대책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플라스틱 빨대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라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는 사회 분위기 형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소상공인들은 판로가 끊기고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라면서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을 철회하고 종이 빨대 업체 생존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별도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종이 빨대를 계속 사용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국내 종이 빨대 업체가 줄도산하고 산업이 무너지면 나중에 품질이 낮은 수입산 빨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국민 건강만 위협받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종이 빨대에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라면서 "다만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사용성이 우수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끼치는 문제를 줄이고자 대체제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종이 빨대를 보완해 플라스틱 빨대보다 우수한 제품이 되도록 연구개발을 계속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종이 빨대 업체 대표들은 정부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네이처페이지 정종화 대표는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한 7일이 공장에 기계를 설치하는 날이었다"라면서 "정부 정책을 믿고 창업해 밤낮으로 연구·개발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느꼈는데 정부의 발표로 모든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사업에 투자한 것이 후회된다"라면서 "나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은 어떻게 할지, 은행 대출금은 어떻게 갚을지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아성산업 대표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이 발표되면서 거래처들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내년도 구매 계획을 철회했다"라면서 "종이 빨대 완제품과 원자재는 종이 쓰레기가 됐고 100평이 넘는 공장도 쓰레기 보관소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 빨대 재고가 1000만개나 되는 상황에서 더 생산할 수는 없고 이에 10명이 넘는 직원들도 더는 함께할 수 없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 업체 지원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와 만나 의견도 듣는다.

환경부는 이날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도 만나 플라스틱 빨대는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제공하고 매장 내 소비자 눈에 보이는 곳에는 종이 빨대만 비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넛지형 방안'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협의회는 "생사 기로에 내몰린 종이 빨대 업체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스타벅스에 납품 중이라는 종이 빨대 업체 대표는 "스타벅스를 제외하고는 구매처가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9~10월에 종이 빨대를 주문했다가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할 분위기가 보이자 주문을 취소하거나 추가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기부하고 봉사하고...연말 '따뜻한 이웃사랑' 실천하는 기업들

연말을 맞아 기업들의 기부와 봉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LG는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LG의 연말 기부는 올해로 26년째로, 누적 성금

'K-택소노미' 항목 100개로 확대..히트펌프·SAF도 추가

'K-택소노미'로 불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항목이 내년 1월 1일부터 84개에서 100개로 늘어난다. K-택소노미는 정부가 정한 친환경 경제활동을 말한다

'자발적 탄소시장' 보조수단?..."내년에 주요수단으로 부상"

2026년을 기점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거래량 중심에서 신뢰와 품질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26일(현지시간) 탄소시장 전문매체 카본

두나무, 올해 ESG 캠페인으로 탄소배출 2톤 줄였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올 한해 임직원들이 펼친 ESG 활동으로 약 2톤의 탄소배출을 저감했다고 30일 밝혔다. 두나무 임직원들

올해 국내 발행된 녹색채권 42조원 웃돌듯...역대 최대규모

국내에서 올해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약 42조원으로 추산된다.30일 환경책임투자 종합플랫폼에 따르면 2025년 10월말 기준 국내 녹색채권 누적 발행액

"속도가 성패 좌우"...내년 기후에너지 시장 '관전포인트'

글로벌 기후리더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후정책에 성공하려면 속도감있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시장이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산업전환을

기후/환경

+

[아듀! 2025] 끊이지 않았던 지진...'불의 고리' 1년 내내 '흔들'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에 위치한 국가들은 2025년 내내 지진이 끊이지 않아 전세계가 불안에 떨었다.지진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7일 중국

30년 가동한 태안석탄화력 1호기 발전종료…"탈탄소 본격화"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12월 31일 오전 11시 30분에 가동을 멈췄다. 발전을 시작한지 30년만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1일 충남 태안 서부발전 태안

탄녹위→기후위로 명칭변경..."기후위기 대응 범국가 콘트롤타워"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내년 1월 1일부터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위)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번 명칭 변경은 지난 10월 26일 '

EU '플라스틱 수입' 문턱 높인다...재활용 여부 입증해야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합의가 수차례 불발되자, 참다못한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플라스틱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재활용 의무화되는 품목은?...내년 달라지는 '기후·환경 제도'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들은 기후공시가 의무화되고, 수도권 지역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또 일회용컵이 유료화되고, 전기&mid

2026년 '붉은 말의 해' 첫날…지역별 일출 시간은?

2026년 1월 1일 오전 7시 26분, 새해 첫 해가 독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31일 기상청 따르면 새해 첫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을 전망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