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SG법안' 사실상 좌초...EU 회원국들 "기업들 너무 큰 타격" 반대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9 12:14:38
  • -
  • +
  • 인쇄

유럽연합(EU)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의 핵심인 유럽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이 독일 등 몇몇 주요 회원국들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됐다.

CSDDD 법안은 유럽 내 기업이 공급·소비망에서 관련된 환경 또는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법적책임을 지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 유럽의회는 CSDDD 실행에 관해 잠정합의에 도달했지만 28일(현지시간) 주요 EU 회원국들이 이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CSDDD 실행여부가 돌연 불투명해졌다. 모든 EU 법안은 선거 3개월 전에 확정돼야 하는데, 유럽의회 선거는 오는 6월에 치뤄진다. 수일내에 법안을 수정해서 의결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CSDDD 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 가깝다.

최근 독일을 필두로 한 몇몇 유럽국가들은 EU가 주도하는 ESG 법안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지난달 크리스티안 린드너(Christian Lindner) 독일 재무장관은 "지금은 추가적인 공급망 ESG 지침이 필요할 때가 아니다"며 CSDDD 법안을 대놓고 반대했다. 이는 CSDDD가 실행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독일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업들의 의견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린드너 장관은 대표적 친기업 정당인 독일 자유민주당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독일 등 몇몇 국가들이 ESG 법안에 반기를 들고 나오자, 그동안 CSDDD를 추진해왔던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라라 울터스(Lara Wolters) 유럽의원은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몇일간 의회에서 벌어진 CSDDD와 관련한 정치게임에 분노한다"며 "이번 사태는 유럽의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EU 회원국들은 정신차려라"고 일갈했다.

이어 울터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들이 소수의 극단적인 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의원들이 속도를 낸다면 CSDDD 일부를 변경할 수 있고, 이 프로젝트는 유럽이 주도해야 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CSDDD법안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소식에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환호하고 있다. 요하네스 보겔(Johannes Vogel) 독일 자민당 부의장은 "너무 좋은 소식이다"며 "EU는 관료주의가 아니라 강력한 경제를 위해 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CSDDD 부분 수정에 관해 "CSDDD는 의도는 좋지만 잘못 만들어져 그 좋은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법안을 조금 수정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독일 정부는 "EU 의회 선거가 끝날 때까지 CSDDD를 통과시키려는 또다른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테펜 헤베스트레이트(Steffen Hebestreit) 독일 정부 대변인은 "EU 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며 CSDDD는 유럽 의회의 새 여당이 해결할 문제"라며 "그때가 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CSDDD 반대'에 독일 외 다른 국가들도 합류하고 있어, 차기 유럽의회에서도 CSDDD 통과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번 CSDDD 논의에서 EU 의장국인 벨기에가 이탈리아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이탈리아는 되레 CSDDD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한 관계자는 "프랑스도 CSDDD는 현재 법안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기업에도 적용된다며 지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유럽의회 의장단은 "우리는 유럽 의회와 협의해 회원국들이 제기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기후 및 인권운동가들은 CSDDD 철회를 일제히 비판했다. 우쿠 릴레발리(Uku Lilleväli) 세계자연기금(WWF) 지속가능 금융정책 책임자는 "EU가 막판에 CSDDD을 뒤엎은 것은 파괴적인 기업들의 영향을 받는 생명, 지역사회, 생태계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입법자로서 EU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고 일침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CSDDD은 불필요한 관료주의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보하고 기업이 정보에 입각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필요한 전환을 탐색하도록 도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