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 목적의 호주 산림조성..."득보다 실이 많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7 16:22:56
  • -
  • +
  • 인쇄

호주에서 산림조성을 통한 탄소배출권 거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성된 산림비율이 턱없이 낮아 실제 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일반적인 탄소상쇄 수단은 인위적인 산림재생이다. 그러나 26일(현지시간) 앤드류 매킨토시 호주국립대학(ANU) 환경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호주 건조지역 182곳을 분석한 결과 2015~2022년 사이 약 80% 지역에서 숲이 거의 조성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판매된 탄소상쇄권 개수로 따지면 산림비율이 100%에 달해야 하지만 2022년 75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실제 산림비율은 2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산림조성을 통한 탄소상쇄 제도가 실제 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들이는 일도 큰 의미가 없다.

게다가 호주의 산림재생 프로젝트는 세계 5번째 규모로, 일본보다 넓은 면적인 4200만헥타르에 이른다. 여기서 발행된 탄소배출권은 작년 6월 기준 3700만장으로, 거래규모가 7억5000만~10억달러에 달했다. 배출권 1장은 이산화탄소(CO2) 1톤에 해당한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메간 에반스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수는 "탄소배출권 대부분은 주요 기업들의 보호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탄소배출을 전혀 줄이지 않고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산림재생 프로젝트는 기후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팀은 호주 정부에게 산림재생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제도를 관리하는 호주 청정에너지규제기관은 산림재생 프로젝트가 탄소배출권에 효용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장관은 ABC방송에서 "호주 출신 수석과학자 이언 처브에게 의뢰해 탄소배출권 제도를 검토한 결과,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며 "녹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건조지역들로, 나무를 심지 않고 단순히 가축과 야생동물의 영향을 줄여 토종 숲을 재생시키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주보존재단(Australian Conservation Foundation)을 포함한 비평가들은 동물 방목이 대부분 식생 총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짚었다. 지역의 동물 방목량이 감소한 후 나무 식생 증가량이 1% 미만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뮤니케이션어스&인바이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유골로 '인공 산호초' 조성...탄소도 줄이고 장례문제도 해결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유골로 인공 산호초(암초)를 만드는 신개념 장례방식이 영국에서 등장했다.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골로 암초를 제작해

남아공 겨울인데 물난리...어린이 태운 버스에서 시신 발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홍수로 다리를 건너던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4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폭우와 눈으로 남아프

제주 '장맛비' 시작...본격적인 장마는 언제부터?

12일 제주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13~14일 전국에도 내리지만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선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본격적인 장마는 19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동해...난류어종 방어·전갱이 급증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오르면서 방어·전갱이 등 난류성 어종이 급증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안에서 정치망으로 잡은 어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